도착하자마자 주섬주섬 장비를 펼쳤다.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렀다. 차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장비를 보고 있으니, 네 사람이 왜 네 대의 차로 각자 다니는지 알 수 있었다. 평소 천문대에서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늘 보던 풍경이 달리 보였다. 여유가 있었고, 이렇게 멋진 분위기였나 혼자 감탄했다. 천문대에서 잘 설치된 장비로만 별을 보다 보니 별 보는 사람들이 장비를 설치하는 모습이 무척 생소했지만 이내 동화됐다. 모두가 잠시 잡담하며 여유를 갖는 시간이었지만 본격적인 관측 준비는 그때부터다.
망원경 가대에 경통을 올리고, 관측을 위한 카메라 장비를 부착한 뒤 전원을 넣는다. 그러고 나면 북극성을 이용해 극축을 맞추는데, 요즘은 장비가 좋아져서 그냥 하늘의 아무 별이든 관측해서 극축의 어긋남을 보정해 줄 수 있다. 한참 동안 조용히 장비 정리에 정신이 없다가 마침내 노출을 시작한다. 노출을 시작하면 어차피 컴퓨터에 자동으로 기록되니 여유가 생긴다.
맨눈으로 보기 좋은 대상 중 가장 좋은 것은 달일 것이다. 하지만 별 보는 사람은 달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달이 밝으면 별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이 없는 날을 기다려 관측한다. 이달의 보름달이 1년 중 가장 큰 달이라고 매스컴을 탔다. 그 말은 올 한 해의 보름달 중에서 지구와 가장 가깝다는 뜻이다. 우리가 달까지 거리로 아는 38만㎞는 평균적인 거리이고, 달은 대략 36만㎞에서 41만㎞까지 변하는 타원 궤도를 돈다. 그런데 멀리서 비추는 태양 빛에 의해 보름이 되는 위치가 타원 궤도의 가장 먼 지점이냐, 아니면 가장 가까운 지점이냐에 따라 가장 작게 보이는 달(미니문), 가장 크게 보이는 달(슈퍼문)이 되는 것이다.
밤새 별을 보며 별과 관련된 음악도 듣고 즐겁게 보냈는데, 새벽이 돼 다시 조용해졌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차 안에서 잠을 청했기 때문이다. 하늘이 밝아지자 어느새 다시 일어나서 장비를 챙긴다. 해뜨기 전의 붉은 지평선 근처에서 수성을 발견했다. 맨눈으로는 보기 어려웠고, 쌍안경으로 먼저 찾고 나니 그제야 맨눈에 살짝 보였다. 수성을 보고 있는 사이에 한 명씩 조용히 돌아갔다. 또 다음을 기약하면서.
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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