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정 목소리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의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경영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크(woke)자본주의를 둘러싼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워크자본주의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기업들의 경영 방식을 꼬집는 용어다. 2018년 2월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더댓이 처음 썼다.
워크자본주의는 기업 경영의 목표가 주주에서 이해관계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오랫동안 기업 경영의 목적은 주주이익 극대화였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1970년 NYT 기고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 기업의 이윤을 늘리는 데 있다”고 썼다. 기업의 목적을 이윤 창출로 한정하고 이를 통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것을 경영 방침으로 제시한 것이다.
주주자본주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의 불씨를 지폈다는 비판을 받으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기업은 주주 이익뿐 아니라 직원, 고객 등 사회 전체 이해관계자의 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행동주의 경영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도 이의 연장선이다.
이렇게 ‘깨어있는 자본주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 성 소수자, 인종 차별 등과 관련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는 ‘착한’ 기업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지난해 컨설팅업체 에델만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소비자 3만3000명 중 86%는 ‘최고경영자(CEO)가 사회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큰손’들도 그의 의견을 지지했다.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라마스와미가 운영하는 자산운용사 스트라이브에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거나 정치적 의견을 내비치지 않는 기업들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탄생했다. 비영리기구 세컨드보트는 2020년 10월 ‘미국 보수적 가치 ETF(ACVF)’를 출범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벅셔해서웨이, 코스트코 등이 담겼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심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과의 마찰을 심화시키고 사법 리스크를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앞서 플로리다주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디즈니는 수십 년간 누리던 세제 혜택을 뺏기게 됐다. 낙태 원정 시술 비용을 지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정부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기업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소외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신뢰도는 최근 2년간 15% 가까이 하락했다. 바네사 버바노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7년 성중립 화장실에 대해 의견을 밝힌 회사 소속 직원들의 반응을 연구한 결과 회사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의 근무 의욕이 하락했고 동의한 직원들의 의욕도 높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