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宿願)에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자 업계는 환영하고 나섰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걱정 역시 적지 않다.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은 꼴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가업승계 활성화의 핵심인 ‘세제 개편’의 주무 부처가 대통령이 당부한 중기부가 아니라 기획재정부인 까닭이다. 그간 기재부는 세수 감소 우려와 ‘부의 대물림’이라는 일각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가업승계 활성화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60대 이상 최고경영자 비중은 2011년 19.6%에서 2020년 29.5%로 증가했다. 창업주의 고령화와 함께 기업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2세 경영인은 “가업승계는 기업이 영속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가업승계는 창업주의 경영철학과 노하우, 네트워크 등을 종합적으로 전승하는 행위다. 계획적인 승계 작업을 위한 ‘사전 증여’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사전증여를 지원하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의 지원 범위가 작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업계는 현재 100억원인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의 한도를 가업상속공제(5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에만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가업상속공제도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7년 동안 이행해야 하는 사전·사후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활용이 저조한 탓이다. 사후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상속세를 추징당하는 사례도 2016~2020년에 전체 가업상속공제 기업의 12.3%에 해당하는 57건이나 발생했다.
수백 년 된 장수기업이 많은 독일은 기업승계 시 업종 제한 및 피상속인의 경영기간 요건이 따로 없다. 일본은 2018년 증여세와 상속세를 전액 유예하거나 면제해 주는 특례 사업승계제도를 도입했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가업승계를 북돋울 제도를 만들어 놓지는 않은 채 그들만큼 장수기업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헛돌지’ 않으려면 관련 부서가 모두 ‘내 일’로 여기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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