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업무보고 방식에 대한 평가는 일단 나쁘지 않다. 보고 단계가 간소화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다양한 현안을 숙지해야 하는 장관 입장에선 업무보고 준비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업무보고에선 참석자를 장관 한 명으로 제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보고 때는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과 최상목 경제수석, 이재명 부대변인이 배석했다.
업무보고는 대통령 집무실의 원탁테이블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부처별로 회의 분위기가 달랐다. 기재부 업무보고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김 실장과 최 수석이 보고자로 들어온 추 부총리와 기재부에서 ‘한솥밥’을 먹던 선후배 사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추 부총리가 주요 현안을 보고하면 윤 대통령이 중간에 질문하면서 대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당초 예정된 보고 시간(1시간)보다 30분가량 더 진행됐지만, 윤 대통령 외 김 실장만 간간이 추 부총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과 부총리가 진지한 대화를 이어가면서 최 수석은 제대로 질문할 기회를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뒤 진행된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이영 중기부 장관의 보고 때는 김 실장과 최 수석, 강인선 대변인이 대통령과 함께했다. 산업부 공무원 출신인 이 장관은 대선 당시부터 윤 후보의 산업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마치 과외를 하듯 자연스럽게 현안을 설명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사전 보고 내용 외 부처가 별도로 준비한 정책 대안을 현장에서 따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그중 한 정책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라며 배석한 최 수석에게 “잘 챙겨보라”고 즉석에서 지시하기도 했다.
업무보고 방식 개편은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면 보고를 통해 장관의 업무 이해도와 조직 장악력을 판단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대통령실의 한 참모는 “이런 대면 보고를 통해 장관의 업무 능력 등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향후 개각과 대통령실 인선 등에 반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도병욱/이지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