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항구 로스앤젤레스(LA) 항에 쌓인 화물 탓에 물류난이 심화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 철도노조와 회사 사이의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어서다. 태업으로 인해 입항하는 화물이 누적되며 병목현상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LA항은 철도운송업체와 수입업자들에게 적재된 화물을 신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화물이 적재된 탓에 물류 흐름이 느려지고 있어서다. 진 세로카 LA항 사무국장은 “미국 전역의 물류 체증을 피하려면 즉각적으로 화물을 치워야 한다”며 “물류난이 가중될수록 물가상승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LA항에선 하적하는 화물이 몰린 탓에 100여대의 컨테이너선이 인근 해안에서 대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 항구에선 2만 9000여개의 컨테이너가 하적하려 하지만 9000여개만 정상적으로 운송되고 있다.
운송업계 병목현상이 심화하는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서부 최대 철도회사인 유니온 퍼시픽과 그 뒤를 잇는 BNSF는 코로나19가 터진 뒤 직원을 감축하고 설비를 축소했다. 항만에서도 선적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인건비를 축소하려 했다. 소비가 중단돼 물류량이 급격히 감소해서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 도래하자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LA항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증가한 13만 7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에 달했다. 미국 물류관리자지수(LMI)에 따르면 계절적 요인을 배제해도 화물량이 증대해 항만 창고가 포화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에 화물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처리할 일손이 없었다. 노조와 사측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2만 2000여명에 달하는 서부해안항만노조(ILWU)는 사업자측인 태평양해사협회(PMA)와 마찰을 빚어왔다. 항만 자동화 정책과 임금협상 때문이었다.
지난달부터 단체협약 협상이 수렁에 빠지며 파업이나 직장폐쇄가 예고됐다. 지난 1일 협상 만료 기한이 지났지만, 항만노조는 정상 운영을 결정했다. 미국 수입량의 40%를 담당하는 서부 항만이 막히면 경제난이 심화할 거란 판단이 앞섰다.
급한 불은 껐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11만 5000여명이 가입된 미국 철도노조가 철도업체와 지난 2년 동안 펼쳐 온 임금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철도노조는 13일 이미 파업 투표를 시행했고 90%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미 철도노조가 태업을 시행하며 비료 수송을 방해해 농가와 닭 사육업계에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4일까지 비상대책위원회(PEB)를 구성해 철도업계 노사협상에 개입할 방침이다. PEB는 30일 이내에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권고안을 내야 한다. 이 기간에는 파업이 금지된다. 노조와 사측이 이를 거부하면 의회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