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산하 벤처캐피털(VC) KB인베스트먼트가 해외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강점을 지닌 바이오 분야 투자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글로벌플랫폼 펀드 만든다
14일 VC업계에 따르면 KB인베스트먼트는 2000억원 이상 규모로 '글로벌플랫폼펀드 2호'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연내 결성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KB그룹 주요 계열사와 함께 다수의 전략적투자자(SI)가 출자자(LP)로 참여할 예정이다. 결성액의 절반을 인도와 동남아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또 30%는 해외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에 베팅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2019년 5월 결성한 2200억원 규모 '글로벌플랫폼펀드 1호'의 후속 성격이다. 1호 펀드는 약정액 소진율 93%를 기록 중이다. 약정액의 60%를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이미 회수한 금액과 투자기업의 잔여 평가가치를 합친 금액은 3196억원이다. 단순 수익률만 따져도 3년 만에 50% 이상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특히 첫 투자처였던 '동남아판 우버'인 그랩은 나스닥시장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며 '잭팟'을 터뜨린 바 있다.
이번에 결성할 2호 펀드는 1호 펀드에 이어 KB금융그룹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주요 금융그룹 내 경쟁사 대비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KB만의 시그니처 브랜드를 확립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펀드"라며 "현지 VC와 새롭게 파트너십을 맺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동남아&바이오 '투 트랙'
KB인베스트먼트의 해외 투자 전략은 지역과 업종으로 나뉜 '투 트랙'으로 요약된다 인도·동남아 지역과 바이오 분야를 공략하는 것이다. 단순히 자체적으로 투자 기업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현지 VC와 손을 잡고 공동 운용(Co-GP)하는 펀드를 만드는 식으로 네트워크를 쌓고 있는 게 특징이다.KB인베스트먼트는 앞서 지난해 1호 펀드를 통해 말레이시아 VC인 RHL벤처스와 공동으로 운용하는 '히비스커스 펀드'를 결성했다. 이 펀드는 당초 5000만달러(약 650억원) 규모로 조성됐지만 업계 관심이 높아지자 모집액이 8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히비스커스 펀드는 결성액의 절반을 말레이시아 스타트업에, 나머지 절반은 다른 동남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2020년 초엔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 통신사 텔콤그룹 산하 VC인 MDI벤처스와 함께 '센타우리 펀드'도 만들었다. 결성액은 약 450억원이다. 동남아 지역 유망 핀테크와 e커머스(전자 상거래) 스타트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그밖에 국내 투자사인 파라마크벤처스와는 인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145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역외 펀드는 투자 성과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인도 중고차 플랫폼 스피니에는 60억원을 투자했는데 현재까지 투자 배수(멀티플)는 4.6배를 넘나들고 있다. 또 인도 온라인 약국 솔루션 API홀딩스엔 121억원을 베팅해 4배 넘는 멀티플을 기록 중이다. 인도네시아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코알라, 뱅킹 서비스 1위 회사 세르마티 등에도 투자한 바 있다. 대부분 3~5배 이상의 높은 멀티플을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역외 펀드를 조성하며 무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미국 RM글로벌과 공동 운용하는 '글로벌 바이오 액세스 펀드'를 만들었다. 702억원 규모로 조성된 이 펀드는 국내 VC가 미국 투자사와 손잡고 바이오 전문 펀드를 만든 첫 사례였다.
KB인베스트먼트는 2020년 글로벌바이오투자본부 조직을 신설한 뒤 해외 바이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포트폴리오사인 미국 면역항암제 기업 온세르나테라퓨틱스는 나스닥 IPO를 기대하고 있다. 또 SK바이오팜이 중국에 세운 중추신경계 제약사 이그니스테라퓨틱스엔 국내 VC 중에선 유일하게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밖에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항암제 개발사 에이디셋바이오도 발굴한 바 있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2호 펀드는 KB만의 '투 트랙' 전략을 단일 펀드에서 이뤄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며 "그간 해외 겨냥 펀드를 1호, 2호 등으로 이름붙인 만큼 글로벌플랫폼펀드를 일종의 KB인베스트먼트 '브랜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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