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빌라 분양합숙소 노예사건' 주범 징역 6년

입력 2022-07-14 14:26   수정 2022-07-14 15:28


서울 강서구에서 부동산 분양 합숙소를 차린 뒤 20대 남성을 감금하고 폭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지속한 끝에 피해자가 도망치다 다쳐 중태에 빠지게 한 일당이 징역형에 처해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4일 선고공판에서 부동산 분양 합숙소의 팀장이자 이번 사건의 주범 박모 씨(28)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7명에게 모두 징역형을 선고했다. 차장 원모 씨(23)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앞서 원씨의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씨와 원 씨는 부부관계다.

재판부는 또 과장 김모 씨(23)와 최모 씨(26)는 징역 3년, 팀원 오모 씨(21) 서모 씨(17)에게는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서 씨가 아직 미성년자이며 과거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4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서 씨는 피고인 가운데 유일하게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 이 밖에 또 다른 차장 유모 씨(31)는 징역 2년 형에 처해졌다.

박 씨 등은 지난 1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에서 부동산 분양소 합숙소를 운영하며 20대 남성 A씨를 가혹행위 끝에 투신하게 해 중상에 빠트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A 씨는 범인 일당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올린 '가출인 숙식 제공' 글을 보고 지난해 9월 합숙소를 찾았다. 박 씨 등은 합숙소를 차리고 팀원 7명이 숙식을 함께 하며 분양 상담 전화 등 부동산 분양 대행 업무를 운영해왔다.

이들은 A 씨에게 하루 수 백통의 분양권유 전화를 돌리거나 전단지를 배포하게 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도주했으나 박 씨 등에게 곧바로 붙잡혔다. 박 씨와 그의 일당은 A 씨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찬물을 뿌리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

이후에도 도주 기회를 노리던 A 씨는 지난 1월 7일 감시하던 일당이 졸고있는 사이 다시 도망쳤지만, 이틀 뒤 다시 붙잡혔다. 박 씨 등은 A 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했으며 테이프로 결박하고 베란다에 세워두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호스를 이용해 찬물을 뿌리는 등의 물고문도 자행했다. 결국 A 씨는 같은 달 9일 베란다를 넘어 외부 지붕으로 나섰다가 7층 높이에서 추락해 전치 12주의 중태에 빠졌다.

검찰은 “피고인은 분양대행소를 운영하며 사회생활이 미숙한 청년을 모집해 무임금으로 착취하고, 가혹행위를 저질러 죄질이 불량함에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주범 박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하는 등 엄벌을 요구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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