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국민의힘 소속·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임 서울시장 10년 동안 보존에 초점을 맞춘 도시재생사업 때문에 서울 주택공급이 씨가 말랐고 결국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며 “당장 내후년부터라도 공급을 확대하려면 재건축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76명)은 지난 4일 11대 시의회 개원 첫날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 법령 개정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 결의안에는 재건축·재개발 절차 간소화와 용적률 완화, 고품질 임대주택 확대를 위한 법령 개정에 국회가 조속히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장은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 국가를 보면 용적률, 층고 제한 등의 건축 규제를 과감히 푸는 방향으로 주택난 해소에 나서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인 재건축 시장의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재건축 관련 최상위 법령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이 불가피하고, 결국 중앙정부와 국회가 관련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최고 300%)과 층고 제한(35층) 완화, 정밀 안전진단 등 재건축 절차 규정 개선, 임대주택 의무 건설 비율 인하 등의 구체적인 재건축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의장은 “서울시 조례만으로 재개발·재건축에 속도를 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시 재건축 행정에 숨통이 트이려면 결국 도정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1대 시의회 운영 방향에 대해선 “서울시에 끌려가는 의회가 아니라 정책을 주도하는 의회가 되겠다”며 “재건축 관련 결의안을 1호 의안으로 선택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했다. 이번 시의회(총 112석) 여야 구성비는 국민의힘 76석, 더불어민주당 36석으로 사실상 민주당 일당 체제(102석)였던 10대 시의회와 완전히 역전됐다. 안심소득 서울런 등 약자와의 동행, 서울시 바로 세우기 등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선 8기 역점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장은 “오 시장의 공약사업이 올바른 재원 배분으로 진행된다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다만 공약은 늘 과장돼 있기 마련이라 시의회가 견제 측면에서 비현실적인 부분을 걸러내겠다”고 했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TBS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TBS는 공정성과 기능성을 모두 잃은 방송”이라며 “TBS에 투입되고 있는 매년 300억원대 규모(올해 320억원)의 서울시민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최근 2호 의안으로 TBS에 대한 서울시의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김 의장은 “TBS의 편향성 문제는 이미 서울시민 사이에 컨센서스가 형성됐다고 판단하고 있고, 교통방송으로서의 기능적 측면은 정보기술(IT) 발달로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가 많다”며 “조례가 통과되면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TBS는 재정 독립 방안을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년이란 시간이 부족한 시간이 될 수도, 충분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조례안 심의 과정에서 유예기간은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11대 시의회 최다선(4선·강남3선거구)으로 전반기 2년 시의회를 이끌게 된다.
글=이정호/장강호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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