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만 팔아달라" 4억 낮게 내놔도 안팔려…강남 집값도 흔들린다

입력 2022-07-14 17:28   수정 2022-07-22 18:31


“기준금리 연 2% 이상은 차입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이자 부담의 임계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올초 30억원까지 호가를 올렸던 매물인데 26억원에 내놔도 찾는 이가 없다.”(서울 개포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가파른 금리 인상에 부동산 시장이 초긴장 상태다. 거래 실종 속에 시장은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이후 향배를 숨죽인 채 주시하고 있다. 수억원씩 낮춘 급매물까지 쌓여가는 ‘거래 절벽’ 장기화와 금리 인상에 주택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수도권·광역시 일제히 하락세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대통령실 이전 이슈로 고공행진했던 서울 용산구 아파트 가격마저 7월 둘째 주엔 16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의 빅스텝이 점쳐지면서 급격한 대출 이자 부담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매수 의지를 접은 영향이다. 실제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센트레빌아스테리움서울(전용면적 128㎡)은 이달 5일 1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18억3000만원)에 비해 1억5000만원 떨어졌다.

서울에선 서초구(전주 대비 0.03% 상승)를 제외한 전 지역의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강남구는 2주 연속 0.01% 떨어졌고, 지난주 보합세를 보인 동작구 역시 0.01% 하락했다. 지난해 20~30대 젊은 수요자의 ‘패닉바잉’(공황구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가 몰렸던 노원·도봉구는 낙폭을 더 키워 한 주 만에 0.1% 떨어졌다. 노원·도봉구의 아파트 가격이 한 주 새 0.1% 이상 내린 건 2019년 2~3월 이후 3년 만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를 위한 절세 매물이 쌓이고 있는데 대내외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빅스텝까지 현실화하면서 매물 적체가 심화하고 있다”며 “‘거래 가뭄’이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안팎에선 올 7월 서울 부동산 매매 건수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마포구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매입 의지를 보였던 사람들이 금리 인상에 놀라 다 돌아섰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20~30대 수요자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금리 임계점 지나 가격 하락 불가피”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말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7~8% 시대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충격파에 연말까진 거래, 가격, 분양 등 대다수 부동산 관련 지표가 위축되거나 둔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연 3~4%로 돈을 빌린 차입자는 전체의 55.7%, 연 4~5%가 23.7%, 연 5~8%가 6.9%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예고한 대로 연말 기준금리가 연 3%에 달하고 대출 금리가 연 5~8%로 치솟으면 대출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 5~8% 대출 금리를 부담하는 차주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가게 되면 가계 경제나 부동산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집값 조정 전망이 많은 상황에서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의사결정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연 2%는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매하려는 실수요자에게 일종의 임계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기준금리가 연 2%를 넘어서면 지난해 0.5%일 때보다 일반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3~4배 늘어나 감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선다”며 “앞으로 1년간 주택 시장의 최대 변수는 금리가 될 것이고, 금리 인상 랠리가 멈춰야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심은지/박종필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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