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에서 일본의 남녀평등지수는 146개국 가운데 116위였다. 부탄(126위)과 인도(135위)를 제외하면 일본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모두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서도 단연 꼴찌였다. 이탈리아가 63위로 다소 뒤처졌을 뿐 나머지 G7 국가는 모두 30위 내에 들었다. 일본의 순위는 120위였던 지난해보다 네 계단 올랐지만 조사 대상 국가가 156개국에서 146개국으로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남녀가 완전히 평등한 상태를 100%로 나타낼 때의 평가 점수는 65%로 지난해(65.5%)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한국은 99위로 지난해보다 세 계단 순위가 올랐다. 평가점수도 68.7%에서 69.9%로 소폭 상승했다. 1위는 13년 연속 아이슬란드가 차지했다. 핀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남녀평등지수는 정치 경제 보건 교육 등 4개 분야로 평가한다. 일본의 보건(63위)과 교육(92위) 분야 순위는 중위권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121위, 정치가 139위로 최하위권에 그치면서 종합 순위를 끌어내렸다. 정치 분야에서는 여성 장관과 국회의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고, 여성 총리가 없었다는 점이 감점 요인이었다.
한국은 경제 분야 성적이 123위로 일본보다 낮았다. 교육도 104위로 하위권이었다. 반면 보건(54위)과 정치(68위) 분야 순위가 높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회 비례대표 후보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는 등 한국의 여성할당제가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2006년 첫 조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치 분야 남녀평등지수는 6.7%로 같았다. 2022년 일본의 달성도가 6.1%로 뒷걸음질 친 반면 한국은 21.2%로 크게 올랐다. 컨설팅 회사 이우먼의 사사키 가오리 사장은 “일본도 여성 할당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IMF 외환위기 이후 변화를 통한 성장을 선택한 한국과 변화를 거부한 일본의 차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2021년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9340달러(세계 28위), 한국은 3만3801달러(세계 30위)로 격차가 줄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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