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하락장' 주식 말고 ETF 투자해볼까…대세는 '○○○○'

입력 2022-07-15 09:48   수정 2022-07-15 13:16

자산운용 업계의 상장지수펀드(ETF) 키워드가 '테마'에서 '자산배분'으로 바뀌고 있다. 상품화할 수 있는 테마가 고갈된 데다 극심한 변동장이 이어지면서 보수적인 자산운용 전략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내 상장된 ETF 총 개수는 593개다. 올 들어서만 종목 38개가 새로 상장했고 운용사도 18곳에서 22곳으로 늘었다. 다만 국내 ETF 시장의 전체 자산총액은 73조2595억원으로 작년 말(73조9675억원) 대비 7000억원가량 줄었다. 증시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작년 ETF 시장을 이끌었던 테마형 종목들의 인기가 크게 사그라든 영향이 크다.

작년 한 해 ETF 시장엔 많은 테마형 ETF가 출시됐다. 게임과 메타버스, BBIG(2차전지·바이오·인터넷·게임), 커머스, 웹툰 등 인기테마는 대부분 만들어졌고 이들 종목은 상장했다 하면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수익률을 조회해 보면 ETF들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거래정지 상태인 'KINDEX 러시아MSCI'를 제외하면 작년 상장한 인기 테마 ETF들이 최대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전일까지 기간 동안 수익률을 살펴보면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57.49%), 'HANARO Fn K-게임'(-47.31%), 'KBSTAR iSelect메타버스'(-40.53%), 'HANARO Fn K-메타버스MZ'(-39.5%) 등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 투자자들의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성장주 위주로 꾸려진 테마형 ETF에 대한 반감은 특히 컸던 것이다.

이 때문인지 올해 자산운용사들은 다급히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다. '한 방'을 노리는 테마형 펀드 대신 중수익·중위험을 추구하는 펀드를 줄줄이 출시하기 시작했다. 변동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기피 성향이 높은 투자자들이 주된 타깃이다.

가장 화제가 된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다.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세 곳은 세계 첫 'TDF ETF'를 지난달 30일 동시 상장했다.

퇴직연금 특화 상품인 TDF는 투자자 은퇴시점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펀드다. 위험자산에 가까워질수록 글라이드 패스(자산배분 곡선)에 따라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런 TDF 개념을 상장지수펀드(ETF)로 가져온 게 TDF ETF다.

미 증시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ETF도 이달 들어 본격 상장되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채권혼합 ETF의 상장일이 2019년인 점을 감안하면 채권혼합형 ETF는 3년여 만에 공백을 깬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6일 기술 우량주 지수인 나스닥100 주식과 우리나라 국채에 분산 투자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TR채권혼합Fn'을 상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르면 이달 말 S&P500 주식과 미국 채권에 각각 3대 7 비중으로 분산 투자하는 'KINDEX 미국S&P500채권혼합액티브'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정훈 KB자산운용 ETF솔루션운용본부 팀장은 "작년 ETF 시장의 화두는 단연 테마형이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패닉장을 반영해 운용사들이 상품 출시 스타일을 바꾸기 때문"이라며 "올 들어선 채권혼합형과 TDF 등 자산배분 관련 ETF가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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