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고흐 그림 '해바라기'가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

입력 2022-07-18 10:00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1889년작 ‘해바라기’가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2018년 5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엑스레이 장비를 이용, ‘해바라기’를 수년간 관찰해 그림 속 노란색 꽃잎과 줄기가 올리브 갈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변색 원인은 고흐가 밝은 노란색을 표현하기 위해 크롬 옐로와 황산염의 흰색을 섞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크롬 옐로는 납을 질산 또는 아세트산에 용해하고, 중크롬산나트륨 수용액을 넣으면 노랗게 침전돼 만들어진다. 크롬 옐로에 포함된 납 성분은 대기에 포함된 황과 만나면 황화납이 되는데, 이것이 검은색이어서 고흐의 그림도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오랜 시간 빛에 노출되면 그 반응이 촉진된다.

당장 육안으로는 변색 부분이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겨 해바라기가 검은색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노란색 배경 부분은 빛에 덜 민감한 물감으로 칠해져 있어 해바라기 부분보다 변색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조도를 낮춰 빛에 의한 변색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흐의 ‘해바라기’ 사례처럼 예술품은 적절한 보존 처리와 보존 환경에서 보관해야 작품 손상을 막고 수명을 최대한 늘릴 수 있다. 회화 작품, 도서 같은 종이로 된 작품이나 목재로 된 작품은 온도, 습도에 따라 쉽게 손상되며 강한 빛에 의해 물감이 변색되기 쉽다. 또한 돌이나 금속으로 만든 예술품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산화되면 부식되거나 온도 변화로 인한 풍화가 일어나 쉽게 부서질 수 있다.

다행히 기술 발달로 예술품의 보존 환경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예술품을 보관하는 공간에는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기술이 적용돼 예술품 종류에 따라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있으며, 빛의 양을 적절히 조절해 예술품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그런 노력에도 예술품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손상된다. 그래서 복원이 필요하다. 예술품 복원을 위해서는 먼저 사진 촬영, 엑스레이 투과 촬영, 현미경으로 확대 등의 방법으로 훼손 상태를 확인한다. 표면의 얼룩이나 오염 물질은 습식 청소기나 화학약품 등을 이용해 정밀하게 제거한다.

어떤 재질로 만들어진 예술품인지 알기 위해 남아 있는 일부를 조금 떼어내 화학 물질이나 분석 장비 등 과학 기술을 활용해 분석하기도 한다. 엑스레이 형광 분석법은 대상 물질에 엑스레이를 쏴, 반사돼 나오는 엑스레이를 분석해 물체 내부의 성분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반사돼 나오는 엑스레이는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종류에 따라 파장값이 다르고 에너지값이 다르므로 이를 측정하면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진품 여부를 밝히는 데도 과학 기술이 사용된다. 적외선 분광 분석은 적외선과 물질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적외선의 투과나 반사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이용해 물질의 성질을 유추하는 방법으로, 특정 물질을 식별하거나 물질의 과학적 성질을 분석하는 데 사용한다. 천경자의 ‘미인도’ 위작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적외선 분광 분석이 사용됐다. 이중섭의 ‘흰 소’ 위작 여부를 판별하는 데는 DNA 분석 기술이 활용됐다. 그림 속 물감에 묻은 채 남아 있던 이중섭의 머리카락 DNA를 분석해 진위를 판별했다.

요즘에는 위작이나 표절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작품 제작 단계에서 진품에 작가의 필체로 서명을 넣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은밀하게 별도의 표시를 해두기도 한다. 디지털 작품에는 위조와 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저작권의 정보 같은 비밀 정보를 작품에 삽입하는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이 사용되기도 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 유통과 복제를 막기 위해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Digital Right Management) 기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 기억해주세요
예술품 보존·복원 전문가를 컨서베이터(conservator) 또는 레스토러(restorer)라고 부른다. 컨서베이터는 소장품이 손상되지 않게 잘 보존하는 방법이나 환경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손상된 유물이나 예술품을 복원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보존·복원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대학에서 문화재 보존과학을 전공하거나 화학과 예술품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춰야 한다. 과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융합형 인재라면 좋은 보존·복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박지선 혜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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