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회사가 렌터카기업을 삼키는 이유

입력 2022-07-18 08:00  


 -판매 이익에 운행 수익(이자)도 노려

 폭스바겐그룹이 2006년 매각했던 유럽 내 렌터카 시장 1위 기업 '유럽카(Europcar)'를 다시 사들였다. 비싸게 팔았다가 저렴하게 다시 매입했으니 외형상 적절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도의 셈법이 숨어 있다. 

 기본적으로 렌터카사업은 금융에 기반한다. 제조사로부터 자동차를 사들여 운행이 필요한 사람에게 매월 일정액과 이자를 더해 사용료를 받는다. 그러니 대여사업의 수익은 이자 비용이다. 반면 제조사는 자동차를 파는 게 주력이어서 렌터카기업도 여러 고객 가운데 하나에 머물지만 대량으로 구입하는 '큰 손'이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적게는 수 백대에서 많게는 1~2만대를 한 번에 주문하기도 한다. 인기 높은 신차가 렌터카로 먼저 소개되는 것도 물량을 앞세운 이들의 '입도선매' 작전의 결과다. 

 그런데 이동 수단, 특히 자동차는 소유와 공유의 속성을 동시에 지닌 제품이다. 완성차기업이 여러 종류의 제품을 즐비하게 구성한 것도 두 가지 본질을 추구한 결과다. 오로지 '이동'에만 초점을 맞추면 가격을 우선하지만 소유 가치를 높일 때는 모든 옵션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IT 플랫폼의 등장이 소유와 공유의 경계를 보다 복잡하게 만들면서 제조사도 고민이다.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욕망 충족 대상의 자동차와 그저 필요할 때 이동만 하는 본질적 기능의 자동차가 각자의 역할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탓이다. 그리고 확장을 거듭하면 소유와 공유는 서로 일정 부분 겹치는 교차 지대를 형성하고 이때부터 소유는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생산-판매'라는 미래 수익의 변동성을 뒷받침할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는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렌터카, 즉 대여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개념의 수익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다. 렌터카기업은 이자를 수익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금융이지만 자동차회사는 소비자가 자동차를 소모하는 비용, 다시 말해 운행 수익 관점으로 접근한다. 또한 운행 과정에서 다양한 서비스 및 부가 사업도 제공할 수 있어 관리적 측면의 장점도 내세운다. 나아가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때 등장하는 구독 서비스도 대여사업으로 해결하려 하며 친환경차의 안정적인 판매 및 사용처 역할도 요구한다. 실제 유럽카를 인수한 폭스바겐그룹은 30만대에 달하는 렌터카를 빠르게 자신들의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그리고 공유 서비스를 확대해 폭스바겐 전기차를 유상으로 소모시킴과 동시에 이용자의 제품 경험을 늘린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서 언급된 '유상(有償)'이 바로 운행 수익이다. 

 그러자 미국의 대표적인 렌터카기업 허츠도 GM과 협업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GM이 픽업 전기차를 허츠렌터카에 적극 제공해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미국 내에선 이러다 GM이 허츠를 다시 삼킬 것이란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오고 있다. GM이 1926년 인수했다가 1953년 매각한 브랜드가 바로 '허츠(Hertz)'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비단 해외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완성차기업의 렌터카 영역 확대는 이미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기아는 흔히 '카셰어링'으로 표현되는 10분 단위의 초단기 렌탈만 하지 않을 뿐 최소 6시간부터 최장 4년까지 렌탈 사업은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도 당장 진출하지 않았을 뿐 이미 기존 렌터카사업자와 다양한 협업을 펼친다는 점에서 이미 진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시장 지배력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렌터카기업의 공급을 끊으면 그 즉시 '큰 손'도 '작은 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불어 현대차그룹 차원에선 계열 금융사를 통해 유럽 내 대형 렌터카 기업의 지분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결국 이동 수단을 제조하는 완성차기업이 '제조-판매-운행'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겠다는 것이고 렌터카는 그 시작일 뿐이라는 시선에 무게가 쏠린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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