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에 국내외 주가 지수가 올 들어 20~30% 하락하는 등 조정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너스’로 가득한 주식 잔액을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평소 자녀나 가족에 자산 증여를 염두에 두고 있던 투자자라면 하락장을 절세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주가 장기 하락장에서 주식이나 펀드를 증여하면 향후 주가 상승에 따라 증여세 절감 효과가 크다. 당장은 손실이 났지만 장기 투자용으로 점 찍은 종목이라면 주가가 높을 때보다 더 많은 주식 증여가 가능해지고 장기 투자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어 ‘일석이조’일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배우자나 자식, 부모, 친족 간 증여는 10년 단위로 증여재산공제를 적용한다. 성인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에는 5000만원, 미성년자에게 증여할 경우에는 2000만원, 배우자에겐 6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증여 시점을 기준으로 10년 이내 증여 재산을 합산해 증여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자녀가 태어났을 때 2000만원어치 현금이나 주식을 증여하고, 10년 뒤 또다시 2000만원, 다시 10년 뒤 자녀가 20세가 됐을 때 5000만원, 총 원금 9000만원까지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가 가능한 셈이다.
하락장에서의 주식 증여가 증여세 절감 효과를 내는 것은 상장주식의 독특한 증여재산가액 산정 방식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증여 재산의 평가액은 증여하는 날의 시가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상장주식은 증여하는 날 기준 이전과 이후 2개월씩 총 4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종가 평균액이 해당 주식의 평가액이 된다. 주가가 장기 하락장에 있다면 더 많은 주식을 증여세를 내지 않거나, 주가가 높았던 시절에 비해 덜 낼 수 있는 셈이다. 통상 자녀에게 증여하는 주식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는 저평가되거나 조정받고 있는 우량주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장에서의 감정적인 손절매를 막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7월 18일 종가가 주당 10만원인 주식 300주, 총 3000만원어치를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했더라도 증여일 전후로 주가가 크게 하락해 4개월 종가 평균액으로 계산한 증여 주식 300주의 가치가 2000만원이라면 증여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 해외 주식 역시 외화를 원화로 바꿔주는 과정을 제외하면 국내 주식과 평가 방식이 같다.
다만 해외주식은 하락장에서의 증여가 향후 매도 시 양도소득세 부담을 늘릴 수 있다. 증여받은 주식을 양도할 때 취득가액은 증여세로 신고한 증여가액이다. 현행 세법에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지분 1% 이상을 갖고 있거나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 주식 보유자를 제외한 소액 주주에게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주식의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가 과세된다. 양도세는 매도가액에서 취득가액과 증권사 수수료 등 필요경비를 뺀 뒤 연 1회 250만원의 기본공제를 차감한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 계산된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절감 측면에선 주가가 낮을 때 증여한 것이 미래 주가 상승 시 부담을 늘릴 수도 있는 셈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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