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파서 쉬면 소득지원' 상병수당을 아시나요?

입력 2022-07-17 17:04   수정 2022-07-18 00:04

지난 4일 상병수당 시범사업 첫날, 시범사업 지역 중 한 곳인 충남 천안시를 찾았다. 이른 오후였음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천안지사에 모든 구비서류를 갖춰 상병수당을 신청한 분이 있었다. 척추 수술로 당분간 일하기 어렵다는 이 신청인은 상병수당 시범사업 시작일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했다. 그 마음을 생각하면서 상병수당 제도 논의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되새겼다.

일하는 사람이 아파도 쉬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자의 64%가 아파도 쉬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 아파도 제때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도 30%에 달했다. 불충분한 기간이나마 일을 쉬면, 소득이 감소해 가계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 10년간 일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픈 적이 있었던 취업자 중 35%가 “아팠을 때 약 6개월간 소득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소득 감소를 메꾸기 위해 다시 무리하게 일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 확산은 우리 사회의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직장에서 근로자가 아파도 쉬지 못한 까닭에 감염이 확산하는 일이 반복되자 사회 곳곳에서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는 상병수당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아파서 일하지 못할 때 소득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적어도 생계에 대한 걱정 때문에 근로자가 아파도 참고 일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이는 예기치 못한 부상과 질병이 닥쳤을 때 가계를 지탱해줄 수 있는 중요한 사회안전망이다. 감염병 확산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캐나다 등은 상병수당 신청 절차를 간소화했으며, 포르투갈은 일시적으로 대기 기간을 폐지했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7월 4일 첫걸음을 내디뎠다.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전남 순천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등 6개 지역에서 3개 사업 모형을 적용한다. 직장인뿐 아니라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등에게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해 일하기 어려운 기간 동안 하루에 4만3960원을 지원한다. 다만 제도 취지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미용 목적의 성형이나 단순한 증상만 호소하는 경우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는 3년간 다양한 모델을 시범 적용해보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상병수당 본 제도의 모양을 결정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은 누구에게, 얼마나 아플 때, 얼마의 금액을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어떻게 제도의 효과를 최대화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점은 최소화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시범사업 기간 이 제도를 필요로 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천안시의 제1호 신청자분을 비롯해 많은 분이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통해 아플 때 충분히, 잘 치료받고 일터에 건강히 복귀하기를 소망한다. 이분들의 경험은 우리 사회가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에 가까워지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근로자들이 아파도 일하다가 병을 키우고, 이에 따라 생계가 무너지는 일이 없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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