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3시 경기 군포시 부곡동 CJ대한통운 군포 스마트풀필먼트센터. 2층 ‘스마트층’에는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고정 노선 운송로봇(AGV)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로봇이 냉장고보다 큰 선반을 들고 요리조리 길을 찾아 이동했다. 7000㎡ 규모의 드넓은 물류센터에서 사람을 찾아보긴 쉽지 않았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물류 전 과정을 자동화한 첨단 물류센터의 현주소다.
이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화다. 126대의 로봇이 물류센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의 역할을 대신한다. 작업자가 화면에 표시된 주문 내용을 확인하고 필요한 상품을 클릭하면 AGV가 상품이 담긴 선반을 들고 작업자를 찾아온다. 작업자가 선반에서 상품을 꺼내 택배상자에 담은 뒤 다시 선반에 놓으면, 로봇이 다음 작업 과정으로 이를 들고 나른다.
물류업계에선 이런 시스템을 GTP(goods to person) 방식이라고 부른다. 작업자가 상품을 가지러 가야 하는 PTG(person to goods)에 비해 업무 강도가 약하고 속도는 빠르다.
GTP 방식이 적용된 군포센터 스마트층 작업자 한 명의 시간당 처리량은 23.8상자다. 일반층(15.4상자)보다 54.5% 많다. 주야 2교대로 근무하는 40여 명의 스마트층 작업자가 처리하는 물량은 하루 1만 상자에 달한다. 군포 스마트풀필먼트센터의 월 생산능력은 87만5000상자다.
CJ대한통운은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센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업 과정을 가상 물류센터에 데이터로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 동선과 적재물 위치 등을 최적화하고 있다. 조주형 군포 스마트풀필먼트센터장은 “군포 물류센터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내년 가동할 예정인 용인 남사 물류센터 등에 더 고도화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한 뒤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기존 방식은 택배기사가 판매업체에 가서 상품을 가져오는 1차 간선 이동이 필요하지만, 상품을 물류센터에 보관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는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해 배송 시간을 줄인다.
밤 12시 전에 주문이 들어온 상품은 다음날 바로 소비자에게 보낼 수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풀필먼트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8년 1조5300억원에서 올해 2조3200억원 규모로 5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손잡고 풀필먼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CJ그룹과 네이버는 2020년 6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혈맹’을 맺고 쿠팡 등 신흥 유통 강자에 맞서고 있다.
군포=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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