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4% 사수"…약세장에 개미도 채권으로 진군

입력 2022-07-17 17:22   수정 2022-07-25 16:44


물가 상승과 미국발(發)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베어마켓(약세장)’으로 돌아서자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채권 투자로 쏠리고 있다. 한전채 등 안정성이 높은 공사채 금리가 연 4%를 넘기면서 시중은행 예금이나 불안정한 주식보다 투자 매력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채권 투자는 과거 ‘큰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모바일 앱에서 1000원 단위로 거래할 수 있을 정도로 거래 편의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약세장 이어지자 채권에 몰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3일까지 장외거래시장에서 개인 채권 순매수액은 6조136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개인 채권 순매수액이 4조5675억원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매수액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 상승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채권 금리도 이를 반영해 상승해 수익률이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해 초 연 1.855%에서 최근 3.260%로 올랐다.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3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연 2.460%에서 4.139%로 뛰었다.

금융투자사나 보험사 등은 시중 채권 가격 차이를 이용한 매매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보유한 채권 가격이 내려간다. 기관투자가에는 금리 상승이 오히려 채권 투자엔 악재라는 얘기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통상 만기 보유를 목적으로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온라인 거래를 통한 채권 거래량도 증가세다. 삼성증권의 지난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직접 채권 매수 규모는 작년 월평균 규모 대비 5배에 달했다. 이동준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채권팀장은 “시중 예금 금리가 3%대인데 우수 회사채 기준으로 1%포인트 정도 수익률이 더 높은 만큼 이를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초보자는 국고채부터 시작
채권은 발행 주체에 따라 국공채, 금융채, 회사채로 구분된다. 국공채는 국채와 지방채, 특수채(한전·LH 등 특별법인 발행채권) 등으로 다시 나뉜다. 국채는 또 국고채,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국민주택채권, 재정증권 등으로 세분화된다. 국고채는 신용도가 높고 거래가 가장 활발해 채권 금리를 대표할 때 자주 쓰인다.

채권도 주식처럼 온라인 투자가 가능하다. MTS를 통해서도 직접 매매할 수 있다. 주식과 달리 채권은 최소 거래 단위가 있다. 종목마다 다르지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투자 가능한 최소 금액은 1000원으로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초보 채권 투자자는 안정성이 높은 국고채와 한전채부터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국고채는 거래량이 많아 일반 회사채보다 매도·매수가 수월하다. 향후 채권 금리가 하락한다면 매도해 차익도 챙길 수 있다. 한전채는 AA등급 회사채와 비슷한 우량 채권임에도 표면 이율이 4%를 넘겨 투자 매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회사채는 만기 보유를 염두에 둔 투자자라면 신용등급과 만기 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현중 NH투자증권 채권상품부장은 “회사채는 발행 회사가 부도를 맞는 등 위험이 생긴다면 손절매가 대단히 어렵다”며 “각 은행 또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와의 상담을 통해 우량 등급 채권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자산·과세 여부 따라 투자 상품 달라야
전문가들은 보유 자산이나 납세 정도에 따라 채권도 종류별로 나눠 투자하기를 권하고 있다. 사회초년생은 우량 회사채를 고려해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이미 발행돼 유통되고 있는 회사채는 만기가 다양하고, 최소 투자금액도 1000원 단위로 부담이 작아 본인의 자금 사정에 맞춰 투자할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시중금리가 낮았던 2020~2021년 사이 발행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채권은 매매차익은 비과세이나 이자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면서 채권을 담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직접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인버스 상품 등으로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채권형 ETF는 39개다. 올 들어 이후 지난 15일까지 총 1조3856억원이 유입됐다. 최근 들어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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