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이라는 스코어가 말해주듯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훈훈했다. 몇 년 전 이탈리아 유벤투스 호날두의 노쇼에 상처를 입은 국내 팬들은 경기 종료 후 퇴장하지 않고 경기장을 돌며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는 케인 등 낯익은 월드 스타에게 환호를 보냈다. 언론은 앞다퉈 이 경기를 리뷰했다. 그중 토트넘을 초청한 쿠팡이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활약으로 쿠팡 와우 회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한마디로 쿠팡은 대박을 터뜨렸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으로 낯설지 않게 된 OTT 시장은 가입자를 더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다. 게다가 최근 CJ 티빙과 KT 시즌의 합병으로 국내 OTT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런 마당에 OTT업계 4위 쿠팡플레이의 이용자 급증이 토트넘 때문이란 것은 쿠팡으로서는 고도의 전략이었겠지만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결과다.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마치 장터에 사람을 모으는 것과 비슷하다. 시골 장터에 사람을 모으려고 차력 쇼나 서커스를 한 뒤 화장품과 문구류를 팔았던 그 옛날 장터가 온라인으로 들어온 것이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은 미국의 NFL, MLB, NBA 등 빅스포츠 중계방송권을 놓고 스포츠전문방송 채널인 ESPN과 경쟁한 지 오래다. 월정 요금이 부담스러운 시청자들은 공짜로 스포츠를 볼 수 있는 아마존, 페이스북에 가입함으로써 ‘꿩 먹고 알 먹고’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빅테크 플랫폼이 유료로 전환해도 이미 그 생태계 안에 들어간 소비자들은 다시 나오기 어렵다.
100억원을 투자해 토트넘 경기를 유치한 쿠팡의 의도가 쿠팡플레이의 국내 OTT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만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이번 이벤트로 바짝 긴장할 곳은 국내 OTT업계를 넘어 네이버쇼핑, G마켓, 11번가 등 모바일 쇼핑 앱 업계일 것이다. 아마존처럼 축구와 드라마를 보러 들어왔다가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에도 큰 파장이 일 것이다.
토트넘 초청 경기의 여운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쓸 만한 볼거리는 죄다 테크 기업이 가져다가 ‘손님 끌기용’으로 소비하는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신발을 팔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말이 허언이 아닌 것은 2021년 아마존의 영화사 MGM 인수로 증명됐다. 이제 플랫폼 집중 현상은 경제를 넘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문화·예술의 창작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플랫폼은 이들 영역에서 창작자가 독자를 만나는 장소로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진열대에 오르지 못한 콘텐츠는 아무리 훌륭해도 소비자를 만나지 못하고 도태하기 쉽다. 독자를 만족시키기보다 플랫폼 구미에 맞게 창작의 형태와 내용이 변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설공단과 쿠팡의 계약 내용을 알 수 없지만, 100여 개국에 중계된 상암경기장이 ‘큰 장터’에 걸맞은 홍보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됐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쿠팡이 토트넘에 지급한 비용은 국내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리그가 의존하는 광고주나 케이블방송사에서 받는 방송권료를 초라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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