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의 대표 출마는 3·9 대선 패배 이후 4개월여 만이며, 6·1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된 지 약 한 달 반 만이다. 그가 서둘러 당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비주류로 조직력의 한계를 경험한 그로선 차기 대선을 위해 당세를 확고하게 다질 필요가 있고, 2024년 4월 총선 공천권을 갖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을 것이다. 기왕 출마했으니 멋진 승부를 펼치기 바란다. 그러나 그의 대표 출마가 무수한 비판을 받아온 터여서 그럴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이렇게 초고속으로 정치에 복귀해 당 대표가 되겠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란 점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선거 연패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당권까지 쥐려고 하니 당내 많은 의원이 명분도, 염치도 없는 일이라며 집단 반발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판에 이 의원이 계파정치 배격과 ‘통합정치’를 내세웠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의원은 “선거 패배 책임은 문제 회피가 아니라 문제 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며 대표 출마를 정당화한 것도 설득력을 갖기엔 부족하다.
이 의원의 출마가 당 안팎에서 비판받는 또 다른 이유는 수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덮고 갈 수는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이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 변호사 비용 대납, 성남FC 불법 후원금,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등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대표 출마가 국회의원 당선에 이어 방탄복을 더 두껍게 하려는 의도라면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으로서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이 의원의 ‘팬덤정치’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를 지지하는 ‘개딸(개혁의 딸)’ ‘양아들(양심의 아들)’ 등 팬덤의 극단적 혐오 정치의 폐해가 이미 무수히 드러났음에도 이 의원은 이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놔 비난을 자초했다. 대표 경선에까지 이들의 힘을 빌리려 든다면 이 의원이 말한 통합의 정치는 허구가 될 뿐만 아니라 대표직 도전은 당 분열을 가져오는 ‘독이 든 성배’를 드는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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