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때아닌 ‘아우토반 속도제한’ 논쟁이 일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자 속도 무제한인 독일 고속도로를 시속 130㎞로 제한해 연료를 아끼자는 주장이 좌파 정당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이달 천연가스 공급이 완전히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하면 관련 논의는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발 가스 대란이 현실화하면 올겨울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져 세계 에너지 사용 행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과거 1970년대 석유위기보다도 충격이 큰 ‘에너지 퍼펙트 스톰(총체적 위기)’을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면 유럽은 가스 대란과 경제 위기를 함께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투자은행(IB)인 UBS는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공급이 전면 중단되면 △유럽 증시 20% 급락 △1유로=90센트까지 하락 △유럽 기업이익 15% 감소 △독일 국채금리 0%대로 하락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파장은 세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액화 상태로만 운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 겨울이 오면 유럽과 한국 등 동아시아 4국 간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과 함께 석탄 가격이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기준가격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달 들어 30% 이상 급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력용 연료탄 가격은 t당 433.9달러다. 올 5월 20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436.07달러에 육박한다.
대만도 지난달 29일 전력예비율이 3.37%까지 떨어졌다. 대만은 3월엔 대규모 정전 사고가 발생해 산업 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에너지 대란은 주요국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4월 미국의 평균 전력 소비자가격은 ㎾h당 11.74센트로 전년 같은 달(10.70센트) 대비 9.7% 상승했다. 유럽에서는 LNG 대란으로 개인의 연간 가스와 전력 요금이 500유로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아일랜드는 다음달부터 전력 단위 가격을 11.35%, 가스 가격을 31.9% 인상한다. 헝가리는 지난 13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에너지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며 다음달부터 연료 수출을 금지하고 전기 등 에너지를 많이 쓴 가정에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국민은 올겨울을 나기 위해 석탄이나 땔나무를 미리 비축하기 시작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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