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 북송' 두고 신·구 권력 정면충돌

입력 2022-07-17 17:42   수정 2022-07-18 01:01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이 17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핵심 사실 진위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북한으로부터 먼저 흉악범(탈북 어민)을 송환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자, 대통령실에서는 “정치 공세를 자제하고 사법당국의 조사에 협조하라”고 경고했다.

정 전 실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위해 귀순 의사가 있는 탈북 어민들을 강제로 북송시켰다는 여권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 전 실장은 이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의 책임자다. 그는 “(탈북 어민들을)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먼저 의사를 타진한 것”이라며 “(어민들은)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들로, 애당초 남한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이어 “북한이 송환을 바라는 탈북민은 이런 흉악범들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탈북했거나 귀순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실에서는 최영범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정 전 실장의 주장을 받아쳤다. 최 수석은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인 살인마로 규정하고, 자필 귀순의향서를 무시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야당과 지난 정부 관련자들이 해야 할 일은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국민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은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수석은 “이 사안의 본질은 우리 법대로 처리해야 마땅한 탈북 어민을 북측이 원하는 대로 사지로 돌려보낸 것”이라며 “그렇게 떳떳한 일이라면 왜 정상적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안보실 차장이 국방부 장관도 모르게 영관급 장교에게 보고받았냐”고 지적했다. 최 수석의 발언은 사건 당시 김유근 안보실 1차장이 JSA 대대장으로부터 문자로 송환 계획을 보고받아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으로 대변인이 아닌, 홍보수석이 직접 브리핑을 했다는 점에서 이 사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강력한 대응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다수당인 야당을 직접 비판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최 수석은 이날 탈북어민 사건과 대통령실의 부적절 채용 의혹을 연계해 국정조사를 하자는 야권의 요구에 대해서도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여야가 합의하면 피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고 했다.

전범진/좌동욱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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