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18일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박 장관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면담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이 자리를 통해 일본 측에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설명하고 한·일 정상회담 일정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조문록에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썼다. 역대 한국 대통령 장례식에 전직 총리를 파견해온 일본 정부 관행에 비춰 파격 행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정부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양국 협력 관계가 더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미국 정부도 양국 협력을 중재하고 있다.
다만 외교가에선 아베 전 총리 암살이라는 돌발 사건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 암살 직후 치러진 일본의 7·10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으로 구성된 연립 여당이 대승을 거두자 일본 정계에서 군사력 강화와 독도 영유권 주장 등 강경 우파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가 관계 개선의 ‘선제조건’으로 내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도 해법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회를 출범시킨 후 두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상훈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정부가 일본에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하게 요구하면서, 한편으로 국민에게는 피해자 구제책을 국내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음을 설득해 나가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 등 양국 지도자들이 톱다운 방식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범진/김동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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