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소 제조업체에서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멈추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북지역 한 소재·부품업체 대표는 “인근 기업 네 곳이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주 3일로 줄이다가 최근 모두 문을 닫았다”며 “기계 설비를 다 들어내고 제조업에서 공장임대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기업 대표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최악의 인력난에 직면한 것은 일당이 높고 노동규제가 덜한 업종으로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주조, 표면 처리, 금형 등 3만여 개 뿌리산업 업계도 일손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한 도금업체 대표는 “불법체류자도 구하기 힘든 상태”라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중소 제조업체보다 5만~10만원가량 일당이 높은 농촌(20만~25만원)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인력난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조선업계는 일손 부족으로 산업 기반마저 흔들릴 위기다. 사내 협력사 인력이 달리면서 납기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남 거제에 있는 한 대형 조선소의 사내 협력업체는 최근 2년6개월 동안 35곳이 폐업했다. 올 들어 직원 수는 전체의 22%에 해당하는 1660여 명이나 줄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의 핵심인 용접, 도장, 전기 등 생산기능직 소요 인력은 오는 9월 6만336명으로 9509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6월엔 부족 인력이 1만1099명으로 늘어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매출 감소와 생산성 악화, 연구개발(R&D) 투자 축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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