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트롯 신동'은 어느덧 20년의 세월을 지나 더 큰 웃음과 감동을 주는 가수로 성장해 있었다. 양지원은 변함없이 큰 사랑을 주는 팬들을 떠올리며 꾸준히 달려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는 "감회가 남다르다. 20년이라는 시간을 달려오면서 우여곡절도 매우 많았지만, 지금의 내가 있도록 자양분이 됐던 순간도 참 많다"고 회상했다.
'트롯 신동'이라 불리며 어릴 때부터 천재로 불렸던 양지원은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엔카 가수로 활동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땐 이전 소속사와의 문제, 어려운 집안 사정 등으로 가수로 재기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렇게 군대로 향했던 당시를 양지원은 오히려 "가장 감명받았던 때"라고 표현했다.
그는 "집에 빨간딱지가 붙어 있고, 집이 월세 집으로 바뀌어있었다. 군에서 보초를 서면서 새벽마다 '내가 뭘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제대를 한 후에는 공장에 들어가야 하나 싶었다"며 "난 사실 가수의 꿈을 접고 싶었다. 아르바이트해서 당장 100만원이든, 150만원이든 통장에 꽂히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처음으로 돈을 벌어본 거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다가 만난 게 '미스터트롯'이었다. 양지원은 "두려웠다"고 했다. 가수로서의 삶이 절대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모님 등 주변 사람들이 건네주는 용기와 응원은 다시금 그를 일으켜 세웠다. "속이 꽉 찬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말에서는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미스터트롯' 이후엔 더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바로 팬들이었다. 양지원은 "처음엔 '나를 왜 좋아하나'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렇게 팬분들과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고, 이제는 전국투어 콘서트를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면서 "내가 지금까지 노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팬클럽 여러분들께서 양지원이라는 가수를 믿어주고, 내가 가진 재능을 크게 봐주셔서 20주년이라는 시간 동안 걸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30주년, 40주년, 50주년이 될 때까지 여러분들 실망하게 하지 않는 훌륭하고 겸손한 가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오프라인 일정이 있을 때면 팬들은 버스를 대절해 양지원을 응원하러 나선다. 수십~수백 명의 팬이 오로지 양지원이라는 이유 하나로 뭉쳐 그들의 청춘을 열정적으로 되찾는다. 아티스트는 이에 대한 고마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우리 팬들은 가족이라고요.
끝으로 양지원에게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무엇에 비유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지금은 제 인생 최대의 스파크가 붙은 순간인 것 같아요. 이런 스파크가 일어나기가 쉽지 않죠. 이 불을 붙이기 위해 정말 많은 분이 제 주위를 둘러싸 주고 있어요. 마치 모닥불을 처음 붙일 때 바람을 가리기 위한 것처럼 말이죠. 지금 거기에 엄청 강한 스파크가 일어난 거예요. 전 이 불을 어떻게 하면 크게 붙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잘 걸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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