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마가 탄생 100년을 맞아 세계 최고 경마 대회로 분류되는 ‘파트1·G3’급 경주를 개최하기로 했다. 전체 상금 규모만 2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경마 이벤트다. 이 경기는 오는 9월 4일부터 서울 경마공원에서 열리는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다. 한국마사회는 이번 대회를 기폭제로 한국 경마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런 한국에서 열리는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는 파트2 대회로 분류돼야 하지만, 국제적으로 높은 레이팅(rating)을 가진 우수한 말들이 출전해 파트1 국가에서 개최하는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경마업계 한 관계자는 “참가 신청 여부는 비공개 사항이지만, 벌써 경마 선진국 상위 랭커들이 코리아컵 출전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레이팅 높은 말들이 나오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외교 문제로 G3 등급을 얻기도 쉽지 않았다. 2019년 당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마(馬)들이 초청받지 못해 국제 G3 지위로 간주되지 않았다. 2020년과 지난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개최가 유예됐다가 비로소 최고 등급으로 올해 열리게 된 것이다.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는 각각 10억원의 총상금을 걸고 열린다. ‘컵’은 1800m, ‘스프린트’는 1200m를 달린다는 게 다른 점이다. 육상으로 비유하자면 컵 대회는 메인이벤트로 400~800m의 중거리 달리기라고 할 수 있다. 순발력은 물론 지구력, 기수의 경기 운영 능력 등이 고루 요구되는 경기다. 가속이 붙은 뒤 종점까지 스피드를 유지하는 스프린트는 육상으로 치면 100~200m 단거리 달리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지닌 순발력을 모두 쏟아붓기 때문에 컵 못지않게 인기가 있는 종목이다.
2005년부터는 국내 기수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됐고, 2013년에는 서범석 조교사가 해외 진출 조교사 1호로 마카오에서 조교사 활동에 도전했다. 4년 뒤엔 ‘한국 경마의 황태자’ 문세영 기수가 싱가포르에서 기수 활동에 도전하기도 했다.
국제 경주가 본격적으로 개최된 건 2013년 한·일전이 열렸을 때다. 한국 경마 최초의 경주마 교류 경주가 열렸고, 3년 만인 2016년에 코리아컵을 개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 코리아컵이 지금의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 경마는 2021년 기준 9개국 10개 시행체와 교류 경주를 시행 중이다.
앞서 엄격한 레이스 레이팅을 관리하고 국제경주 출전을 위해 필수인 ‘국제대회(경주) 참가를 위한 국가 간 검역’을 단계적으로 체결한 것도 코리아컵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현재 해당 검역체결국은 일본과 미국 싱가포르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홍콩 아랍에미리트 등 총 8개국(시)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마 중단 위기 속에서도 ‘K경마’ 알리기에 나선 것도 적중했다. 마사회는 2013년 싱가포르 시범 수출을 시작으로 꾸준히 경마 콘텐츠를 해외에 팔고 있다. 그 결과 2021년에는 사상 최대인 16개국에 우리 경주 실황을 수출했다. 판매액은 517억원으로 전년(2020년) 대비 31% 증가했다.
마사회는 경마 시행 100년을 맞이해 ‘한국 경마 미래 100년에 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일단 한국 경마를 세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또 코로나19로 정지된 매출도 되살려 매출을 2019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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