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취약계층 금융지원 대책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 투자 실패자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며 적극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18일 브리핑을 열고 "경제위기 때마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지원했고 그결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소상공인과 서민, 청년 등 취약계층을 위해 저금리 대환, 채무조정 등 각종 지원 방안이 담긴 '125조원+알파' 규모의 금융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국민 세금으로 청년 '빚투(빚내서 투자)족'을 구제하는 게 공정한 것이냐" 등의 비판적 여론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청년들도 이번 제도에 포함됐지만 굉장히 일부"라며 "사업실패나 투자손실 등 이유가 아니라 채무를 예정된 대로 갚을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를 갖고 채무 재조정 대상을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장치도 겹겹으로 마련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금융위는 "지원대상을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의 정상적 금융거래에 어려움이 있는 취약차주로 엄격히 제한했다"며 "원금 탕감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으며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위 '금융사 팔 비틀기' 문제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취약계층과 일반계층의 부담을 줄여주는 이번 조치가 없으면 당연히 부실 우려자가 더 증가했을 것이고, 그 피해는 금융사에 갔을 것"이라며 "이번에 금융기관들이 혜택을 보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 90~95% 이상의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요구하는 것이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권은 별다른 정부 조치 없이도 통상 기존 대출의 90% 이상을 일상적으로 만기연장 조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선 새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취약계층 지원 등의 정책에 민간 금융회사를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특히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9월 만기 자율 재연장과 상환유예 종료에 따른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 정책에 대해 특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다중 채무자인 개인에 대한 주거래 책임을 어떤 금융회사가 져야 하는 지, 자율적으로 차주의 90∼95%에 만기·상환유예를 추가 연장해 주라는 금융위 지침을 정확히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의미다.
금융회사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정부의 서민 지원책이 신용평가로 이뤄지는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의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의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주는 대환대출(8조5000억원)과 암호화폐 및 증시에 투자한 청년 층에 채무조정,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주담대로 갈아타게 하는 안심전환대출(45조원)도 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김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연일 금융회사에 ‘취약층을 위한 금융회사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신한은행 최근 주택담보대출자의 부담 이자 가운데 연 5%를 넘는 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금융회사에 대한 ‘동원책’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17일 “은행, 금융회사가 애써줘야 할 부분이 많지만, 아직도 미흡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인혁/김대훈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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