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금리는 ‘대출 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 금리’로 산출된다. 여기서 대출 기준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와는 다른 것으로, 자금 조달 금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대출의 ‘원재료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은 기준금리도 들어 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은행채 금리 등이 은행의 대출 기준금리다.
가산금리에는 인건비를 비롯한 은행의 경영 비용과 일정액의 마진이 포함된다. 대출을 받는 사람의 신용등급과 담보의 종류에 따라서도 가산금리가 달라진다. 가감조정 금리는 우대금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금, 신용카드 등 기존에 거래 관계가 있는 고객에게 은행이 깎아주는 금리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기준 국민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07%인데 대출 기준금리가 2.15%, 가산금리가 3.84%, 가감조정 금리가 0.92%다. 고객의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가산금리가 낮고 가감조정 금리는 높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이 적용하는 신용 1~2등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24%, 9~10등급의 평균 금리는 연 10.49%로 6.25%포인트 차이가 난다.
은행 입장에서 대출의 원가가 비싸진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은행이 비판받는 이유는 원가(조달 금리)가 오른 것보다 큰 폭으로 물건값(대출 금리)을 올려서다. 신한은행의 마이너스 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5월 연 2.96%에서 올 5월 연 4.65%로 1.69%포인트 올랐다. 5월 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36%로 1년 만에 1.45%포인트 상승했다. 모두 같은 기간 한은 기준금리 인상 폭(1.25%포인트)과 코픽스 상승 폭(1.02%포인트)을 뛰어넘는다.
은행의 예대금리 차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지난해 1.89%포인트에서 올 1분기 2.02%포인트로 커졌다. 하나은행의 지난 1분기 예대금리 차는 1.83%포인트로 1년 전보다 0.18%포인트 확대됐다.
다만 금리 상승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 한계 가구를 중심으로 부실 대출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 지난 4월 기준 가계대출의 77.3%는 변동금리형으로 금리 상승에 노출돼 있다. 고정금리형 대출의 금리가 1%포인트 정도 높기 때문에 금리 상승 위험이 있더라도 변동금리형을 택하는 소비자가 많다.
한은은 지난달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준금리를 매년 0.5%포인트씩 올릴 경우 자영업자 중 하위 30%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올해 34.5%에서 내년 48.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저신용층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작년 1분기 3.19%에서 올 1분기 4.09%로 상승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