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일째로 접어든 하청노조 파업으로 거제에서는 하청업체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7개 협력업체가 문을 닫았거나 폐업 절차를 밟는 중이다. 이달에 폐업하는 한 하청업체 대표는 “남은 기간 작업을 마무리하면 회사 문을 닫을 것”이라며 “퇴직금도 못 받은 채 떠나야 하는 직원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울먹였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조장, 반장, 직장, 소장을 거친 그는 2017년 3월 직접 하청업체를 창업했다. 지난 5년 동안 칼바람이 부는 조선업황도 꿋꿋하게 견뎠지만 하청 노조의 파업에는 두 손을 들고 문을 닫기로 했다. 파업 근로자들은 지난달 작업장에 들어서는 그를 가로막고 춤을 추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의 회사 근로자들은 하청지회 노조원들의 협박 전화에 출근도 하지 못했다.
하청업체 파업자들은 노조 전임자 인정과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근로 환경이 열악한 건 사실이다. 땡볕으로 달아오른 도크 등 조선소 작업 환경을 보통 사람은 좀처럼 견디기 어렵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피하는 험한 작업 환경이다. 선박 수주가 급증한 만큼 불황기에 삭감된 임금 30%를 복원해달라는 요구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처지다. 지난해 1조754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에 넉넉한 자금을 주긴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청업체 노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배수진’을 쳤다. 노조가 도크 등을 점거하면서 30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31일째 미뤄졌다. 회사는 파업 이후 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번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마저 연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3월 말 기준)는 2조7280억원에 달한다. 12조원의 혈세(공적자금)가 투입된 회사가 다시 휘청이고 있다. 하청업체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을 공멸의 구렁텅이로 떠다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일감으로 생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10만 명의 운명을 너무 가볍게 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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