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칼럼] 임윤찬과 허준이, 공통점 찾기

입력 2022-07-18 17:16   수정 2022-07-19 00:06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 두 사람의 쾌거가 전해졌을 때 대한민국 엄마들의 관심은 대번에 ‘부모가 어떻게 키웠을까’로 쏠렸다. 임윤찬은 남들보다 좀 늦은 일곱 살에 상가 피아노학원에서 처음 피아노를 배웠다는 점이 부각됐다. 허준이 교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까지는 아니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구구단을 잘 못 외웠고, 시인이 되겠다며 고등학교를 자퇴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 시작의 평범함에 잠시 주목하다가 결론은 ‘타고난 재능과 머리가 특출하다’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이들의 스토리는 일반적인 ‘교육’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볼 만한 점들이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경지에 오른 사람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그 일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루 12시간씩 피아노를 치는 것은 그 일에 빠져들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일반인은 쳐다만 봐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수학공식을 들여다보면서 답을 찾아가는 수학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것이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것은 지치지 않고 남다른 노력을 쏟게 만드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인문학적 소양이다. 임윤찬은 인터뷰에서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울 만큼 읽었다고 했다. 그는 클래식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준 괴테와 실러의 작품을 스승으로부터 추천받아 읽었고, 윤동주와 릴케, 하이네의 시도 스스로 찾아봤다고 한다. 그의 연주가 세계인의 마음을 뒤흔든 것은 뛰어난 연주 기교뿐 아니라 이러한 내면의 힘이 녹아 표현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허 교수는 어릴 적 글쓰기에 가장 열정이 있었고, 그중 제일 좋아하는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인문학적 배경은 그가 강조한 대로 ‘경계를 넘어’ 다른 분야를 접목해 수학 난제를 해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천재도 이끌어 주는 사람이 있다. 임윤찬은 열세 살 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스승이자 인생 멘토인 손민수 교수를 만났다. 허 교수는 서울대에 석좌교수로 온 일본의 세계적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를 만나면서 인생에 전기를 맞았다.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는 중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것, 모든 사람의 로망이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이나 미래 직업에 대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꿈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시인을 꿈꾸던 허 교수가 수학자가 된 것을 보면 길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일을 직·간접적으로 접했을 때 가능하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과 체험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인문학적 소양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특히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길러지는 사고력은 문과 이과 할 것 없이 중요하다. 비슷한 실력의 엔지니어나 개발자라도 업(業)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나무’뿐 아니라 ‘숲’도 보고, 말이나 글로 남을 잘 설득하는 능력이 있으면 남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허 교수가 미국 대학에서의 경험을 들어 한국 유학생들은 좁은 범위에서 빨리 문제를 풀지만 넓고 깊게 하는 공부가 덜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입시 위주 한국 교육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뺑뺑이 학원 시간표 속에서 넓고 깊게 공부하기는 어렵다.

성장하면서 누구를 만나느냐는 경험과 기회의 문제다.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줄 사람은 일차적으로 부모나 보호자, 또는 선생님이다. 모든 것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교육당국이 미래 세대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과 재능을 드러낼 기회에서도 소외되는 아이들은 없는지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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