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행자의 휴대품 면세 한도를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하는 방침을 밝혔지만, 면세점업계와 소비자 모두 조정 폭에 대해 아쉬워하는 눈치다. 800달러 면세 한도 내에서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워 면세 쇼핑을 확대할 유인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8년 만에 벌어지는 조정인 만큼 더 큰 폭을 기대해왔다.
이후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3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고, 1996년 화폐 단위를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바꿔 400달러로 적용했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600달러 한도는 2014년 9월부터 적용된 기준이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한도 상향으로는 업계의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로 국내 면세업계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중국인 매출이 뚝 끊긴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200달러 추가로 면세 지출을 한다고 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있기 전까지 업계 내부에서는 한도를 1000달러로 높일 가능성이 점쳐졌다”고 말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회복 기대를 모았던 국내 주요 면세업체는 아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753억원, 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14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은 11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년 동기(417억원) 대비 73% 급감한 수준이다.
한도 조정 호재가 미풍에 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면세업계는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 잡기에 전력을 기울일 태세다. 해외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최근 면세점이 국산품 해외 판매를 속속 시작한 게 그런 사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온라인몰 ‘오버시즈 쉬핑’을 열고 중국·일본·미국·싱가포르·태국 등 9개국을 대상으로 국산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15일부터 알리바바의 자회사 ‘차이냐오’와 손잡고 한국 제품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이 외국인으로부터 나오는 만큼 해외 판매 플랫폼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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