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주곡 총보에서 카덴차가 들어가는 부분은 텅 비어있다. 형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클래식 음악에선 몹시 튀는 부분이다. 독주자는 빈 공간을 본인의 즉흥 연주나 자신이 작곡한 곡으로 채워야 한다. 대개 악곡이나 악장이 마무리될 무렵에 배치해 독주자의 화려한 기교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한다.
통상 연주자의 실력은 작곡가가 써놓은 음표를 얼마나 잘 ‘해석’하느냐로 평가한다. 하지만 카덴차에서만큼은 연주자의 ‘창작’이 허용된다. 실력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솔리스트에겐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부담이 되는 시간이다. 솔리스트에게 카덴차는 ‘무거운 날개’인 셈이다.
훌륭한 카덴차는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1악장에서 베토벤이 작곡한 카덴차는 오늘날까지 악보가 전해지면서 활발히 연주되고 있다. 브람스, 부조니, 클라라 슈만 등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들도 이 곡의 카덴차를 직접 작곡했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의 카덴차를 어떤 버전으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른 음악이 된다는 얘기다.
작곡가가 직접 작곡한 카덴차도 있다. 멘델스존은 본인의 걸작으로 꼽히는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의 카덴차를 직접 만들었다. 대개 악장이 끝날 무렵 카덴차가 배치되는 반면 이 곡은 1악장 초반에 바로 바이올린 독주가 등장한다.
현대 연주자들은 과거 거장들이 만들어 놓은 카덴차 악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1900년대 초·중반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카덴차가 가장 활발하게 연주되고 있다. 같은 카덴차 악보를 보고 연주하더라도 다른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주자의 자유가 더 많이 허용되기 때문에 개성 있는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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