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8일 ‘엉터리 핀테크·비대면 실명확인 금융사고 피해자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금융회사의 신분증 사본 인증 시스템이 해킹 등 금융 범죄에 취약하며, 관련 법상으로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정호철 경실련 간사는 “비대면 금융거래 과정에서 대출사기나 예금 무단 인출 등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금융거래 시 신분증 진위 확인을 거치지 않고 촬영본만으로 인증이 가능하도록 한 현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누구나 비대면 대출사기·전액 인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도 소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A씨는 “어머니께서 한 포털사이트의 클라우드에 신분증과 여권 촬영본을 저장해놨는데, 사기범이 계정을 해킹해 내 명의로 금융사에서 약 2억5000만원을 대출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신분증은 분실 신고된 상태였다. A씨는 “금융감독원은 개인정보를 관리 못했다며 피해자 탓으로 돌린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금융사들의 사본 인증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건 ‘비용’ 때문이라는 게 경실련의 지적이다. 시중은행이 네트워크 설비투자 비용, 인건비, 지점 운영비 등을 이유로 신분증 원본 대조가 가능한 본인 인증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중 신분증 원본 대조가 가능한 진위 확인 시스템을 갖춘 모바일뱅킹이 단 한 곳도 없다.
경실련 금융개혁위원인 김호윤 변호사는 “신분증 사본 확인은 금융실명법 위반”이라며 “금융사들이 피해자 구제를 외면하고 오히려 소송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사에 증명책임을 묻는 쪽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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