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이응교 변호사의 상속분쟁 A-Z’는 날로 늘어가는 상속분쟁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법리와 사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최근 자산가치가 급등에 따라 상속재산 가액도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른 상속인들 간의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입니다.피상속인인 아버지가 생전에 부를 축적해 이를 장남에게 대부분 증여한 뒤, 사망 당시에는 오히려 재산보다 빚을 많이 남긴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미 아버지로부터 생전에 거액의 증여를 받은 장남이 상속포기를 했다면, 유일하게 남은 상속인인 차남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할까.
법무법인 바른의 상속분쟁 전문가인 이응교 변호사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상속분쟁 동향, 분쟁 방지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분쟁 발생 시 대응법 등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피상속인의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많은 경우 상속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바로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다. 상속포기는 상속으로 인해 생기는 권리·의무의 포괄적 승계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위 사안에서 차남 역시 장남과 마찬가지로 상속을 포기하면 아버지의 채무를 상속받지 않게 된다.
그런데 만약 차남에게만 자녀가 있다면 어떻게 되는가. 상속포기의 경우 상속이 법정상속의 순위대로 연쇄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직계비속인 공동상속인 전원이 상속포기를 한 경우에도 피상속인의 또 다른 직계비속 즉 손자녀가 있다면 그에게 상속이 이뤄진다. 즉, 위 사안에서 만약 차남에게만 자녀가 있다면 차남의 자녀가 피상속인의 손자녀로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상속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 경우 차남의 자녀는 또다시 상속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따라서 위 경우에는 차남이 한정승인을 하는 게 맞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인해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제도다. 즉, 위 사안에서 차남이 한정승인을 하게 되면 자신과 자녀가 두 차례 상속포기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그러면서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한 책임을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온전히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 차남이 상속포기가 아니라 한정승인을 해야 하는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차남의 경우 아버지로부터 거액의 생전 증여를 받은 장남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런데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처음부터 상속인의 지위가 없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유류분은 상속분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상속이 개시된 후 상속포기가 이루어지면 포기자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은 당연히 소멸하기 때문이다. 즉, 차남이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유류분반환청구권도 상실하게 된다. 장남을 상대로 한 유류분반환청구도 할 수 없게 된다.
한정승인은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의 한도에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이므로, 유류분반환청구의 전제가 되는 상속인의 지위가 소멸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위 경우 차남이 한정승인을 하더라도, 차남은 상속인의 지위 및 상속분을 전제로 장남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해 상속인이 자신의 고유재산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외견상 그 효과가 동일해 보인다. 그러나 차순위 상속인으로의 상속의 연쇄를 막을 수 있는지 여부, 유류분반환청구를 해야 할 경우 이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있어 여러 차이점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중 어떤 제도를 선택할지는 구체적으로 처한 상황을 등을 신중히 살펴본 뒤 결정해야 한다.
이응교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42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대금융법무과정 제8기 수료
가족법학회 회원
상속신탁연구회 회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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