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유력 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사당(私黨)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비(非)이재명 진영이 이 의원을 둘러싼 공천 논란과 팬덤정치의 폐해 등을 지적하며 공세에 나선 것이다.
선거전이 달아오를수록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를 깨기 위한 비명계의 움직임이 더욱 노골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에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은 여의도 정치의 대안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 의원과 조응천 이원욱 이상민 김영배 의원 등 27명으로 구성된 ‘반성과 혁신’ 의원 모임이 개최했다. 모임에는 친문(친문재인) 등 비명계 의원들이 주로 참여했다.
김 의원은 2016년 ‘촛불혁명’ 이후 친문과 ‘586 운동권’ 주도로 들어선 민주당 정부에 대해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국정운영에서는 할 일을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이재명 의원의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대해선 “‘친문 586 정치’가 예선 탈락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 역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한계를 드러냈다는 게 김 의원의 진단이다.
그는 “중도층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적극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중도 확장력에는 한계가 뚜렷했다”며 “‘사이다’ 같은 추진력과 집행력은 인정받았지만 비전과 전략에서는 기존 여의도 정치와 다를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선 이후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여의도식 기득권 정치에 빠르게 편입했다”고 봤다. 김 의원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노선에서 나타난 반성없는 내로남불 정치, 대의보다는 현찰을 추구하는 실리정치, 민심에서 멀어지는 팬심정치, ‘수박공세’ 등 배타적 팬덤의 강화, 개인에 의존하는 메시아 정치 등 기존 여의도 정치의 문제점을 개선되지 않고 더 심해졌다”고 했다.
특히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공천과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공천 과정, 두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등 사례를 거론하면서는 “당내 의사결정 절차와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등 사당화의 우려마저 제기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는 어렵다”며 “‘친문 민주당’, ‘586 민주당’, ‘이재명의 민주당’ 이 3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에 사당화 위험이 있다는 주장은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 경선 출마자들로부터도 나왔다.
전날 최고위원 후보로 등록한 윤영찬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오를 경우)민주당의 사당화 위험성이 상당히 있다”며 “이 의원이 어떻게 인천 계양에 공천된 건지, 박 전 비대위원장은 누가 데려온 건지 등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날 당 대표 후보 중 친문계로 분류되는 강병원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정지 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강 의원은 “체포동의안 의결 대상에서 자격정지 의원을 제외하겠다”며 “‘방탄 국회’라는 부끄러운 말이 국회에서 사라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의원이 대장동과 성남FC 수사 등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친명계는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보복에 동조하는 ‘내부총질’에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친명계 후보로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하는 박찬대 의원은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목적을 가진 정치보복이라는 점에서 사법 리스크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쟁에 몰입하다 보면 정도를 벗어나는 발언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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