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도 닻을 올렸다. 정부는 지난 18일 경제·경영·법학 교수 등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출범시켰다.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새 정부의 노동개혁 밑그림에 물감을 입혀 구체적인 개혁의 그림을 완성할 전문가그룹이다.
하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당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에서는 연구회 출범 직후 “소위 학계와 전문가들의 손과 입을 개악 추진의 발판으로 삼기 위한 꼼수”라며 “이미 답을 정해놓고 그 방향으로 몰아가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답만 하면 된다)’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향후 연구회가 노동개혁 방안을 내놓더라도 불복 투쟁을 예고한 것이다.
국회 상황도 녹록지 않다. 가령 주간 단위 52시간제를 월 단위로 환산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적인데, 2024년 총선까지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여당의 개혁입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눈을 의심하리만치 파격적이었던 이 합의는 정부가 스스로 걷어찼다. 합의 발표 이튿날 여당인 새누리당이 합의를 넘어서는 ‘5대 개혁법안’을 발의하더니, 3개월여 뒤에는 노동계와 계속 협의하기로 약속한 ‘양대 지침(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강행을 덜렁 발표했다. 당정 간 엇박자 속에 결국 한국노총은 합의 파기를 선언했고, 1년 넘게 노력해 낳은 대타협은 그렇게 종잇조각이 됐다.
이런 ‘얼치기 국정’이 걱정되는 장면은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노동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한 이튿날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보고를 못 받은 게 언론에 나왔다”는 뜨악한 발언을 했다. 게다가 “(대통령 본인이 아닌) 부총리가 좀 검토해보라고 한 사안”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에 1만 명에 달하는 고용부 직원들은 ‘6·24 사태’라며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노사를 설득하는 일전을 벌이기는커녕 개혁과제를 확정하기도 전에 대통령과 주무부처 수장 간에, 부처 간에 엇박자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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