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꼬일대로 꼬인 택시 해법, 결국은 '돈'

입력 2022-07-19 09:15  


 -갈등은 '요금'에서 비롯

 택시 대란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곳곳에서 다양한 대안을 쏟아내지만 현실 목소리를 담지 못한다. 이미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만큼 단편적 시각에선 절대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한다. 그래서 택시는 백약이 무효할 만큼 복잡하게 얽힌 대표적인 모빌리티 사업 영역으로 꼽힌다. 문제의 근본은 이용 요금에 있지만 '요금'을 바라보는 이해 당사자 간 시각이 워낙 첨예해 아무도 섣불리 개입하지 않는다. 


 표면적인 불만은 이용자가 많을 때 택시가 없다는 점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비자 관점이다. 그런데 이용자를 위해 택시가 전부 도로에 있어야 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용자가 많아도 택시를 운행하기 싫은 사람이 있어서다. 이들은 특히 심야 시간 젊은 취객 상대를 싫어한다. 그래서 늦은 밤, 일을 하든 말든 전적으로 그들 마음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개인택시 사업자일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1차 공급 부족이다. 게다가 개인택시는 44%가 65세 이상(서울시 기준) 고령자여서 심야에 더욱 일하지 않으려 한다. 

 부족한 부분은 24시간 운행이 가능한 법인택시가 메우면 된다. 그런데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수익을 회사와 나눠야 하는 탓에 열심히 일해도 생계유지가 곤란한 수준이다. 하지만 소득이 적어도 투잡을 원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법인택시 사업자는 이들을 투입하고 싶지만 안타깝게 그럴 수 없다. 지급하는 소득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 기사가 하루 5시간을 운행했을 때 실제 벌어오는 운송수입이 회사가 지급하는 시간당 임금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어 법적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정규직 노조가 반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택시 대여 방안이다. 멈춰 선 택시를 월 또는 연간 단위로 개인에게 빌려주려 하는데 개인택시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있다. 개인택시 면허 거래 가격에 영향을 주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출 플랫폼이 등장해 이용자와 택시를 연결했다. 덕분에 길에서 손 흔들며 차를 세우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택시 플랫폼도 수익을 가져가야 생존하고 이때 기댈 곳은 요금 수수료밖에 없다. 그러나 수수료를 높이면 택시가 반발한다. 가뜩이나 저렴한 요금으로 간신히 살아가는 점을 부각시킨다. 그렇다고 플랫폼 기업이 마냥 봉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요금과 별개로 부과하는 호출료를 만들어냈다. 대신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한 강제 배차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강제 배차를 받는 기사의 불만이 쏟아진다. 이용자가 있는 곳까지 멀어도 가야 하는데 이때 소모되는 연료비는 오로지 운전자 몫이다. 물론 개인택시는 호출료를 나눠 갖지만 법인 가맹택시는 회사가 가져가니 굳이 강제 배차를 받을 이유가 없다. 그나마 운행되는 법인 가맹택시 운전을 기사가 거절하는 배경이다. 차라리 수수료 없는 일반 호출만 받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플랫폼기업도 고민이 적지 않다. 좀처럼 원하는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아서다. 그래서 요금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대형 고급 택시 호출에 집중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고급 및 대형은 지난해 대비 각각 370대와 150대가 늘었다. 반면 중형 일반택시와 모범택시는 480대와 90대 줄었다. 통제된 요금에 간신히 입에 풀칠하는 것보다 차라리 승합차를 새로 구입하고 대형택시 면허로 전환해 돈을 더 벌겠다는 사람이 늘어난다. 게다가 플랫폼도 대형택시 요금은 일정 구간 내에서 탄력 운용할 수 있어 수수료 수익 증대에 유리하다. 물론 이럴수록 대형택시의 플랫폼 의존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반면 호출료를 내고 비싼 택시를 배차받는 소비자는 플랫폼과 택시 사업자의 서비스 향상 비용을 전부 요금 인상으로 받아들인다. 인구 대비 넘치는 택시와 저렴한 요금에 오랜 시간 익숙한 탓이다. 게다가 과거 손들고 택시 잡던 시대를 떠올리며 호출료는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호출료도 부담인데 공급이 부족한 시간에 자꾸 일반 대비 비싼 대형 택시를 권유받으니 마치 플랫폼에 농락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문제를 시정해 달라며 자치단체에 해결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자치단체는 어떤 해법이 있을까? 우선 개인택시 운행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심야 운행의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운행 대수가 늘어나지 못했다. 개인택시 사업자는 운행 수익을 늘릴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게다가 심야 시간 운행은 언제부터인가 세대 간 갈등의 장으로 돌변했다. 취객의 대부분이 젊은 사람인 반면 운전자는 고령자가 많아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법인택시 대여 제도를 떠올렸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개인의 반대에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래서 결국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탄력요금제를 도입키로 했다. 문제의 핵심이 요금에 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시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긴 결과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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