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도, 펄펄 끓는 유럽…유엔 "지금 기후대응 안하면 집단자살"

입력 2022-07-19 15:33   수정 2022-08-18 00:02


유럽이 역대급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극심한 더위에 사망자가 속출하는 것은 물론 공항, 철도, 선박 등 물류까지 멈춰섰다. 건조한 날씨 때문에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CNN은 18일(현지시간) “지난 6월 말부터 유럽을 휩쓴 맹렬한 폭염이 이번주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상고온 현상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기후변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집단자살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대급 폭염 덮친 유럽
남유럽에서는 푹푹 찌는 날씨 속에 산불까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프랑스 서쪽 도시 낭트는 18일 기온이 42도로, 종전 최고 기록인 1949년 40.3도를 넘어섰다. 남서부에 있는 카조의 기온이 42.4도를 찍은 것에 대해 CNN은 “프랑스 기상청 10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수도 파리에선 이번주 최고 온도가 39도를 넘길 것으로 관측됐다. 프랑스의 유명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 인근에서는 대형 산불로 인해 약 110㎢가 불에 탔고, 주민 3만여 명이 대피했다.

포르투갈에선 지난주 한낮 최고 기온이 47도까지 올라갔다. 포르투갈 북부 지역 9곳에서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해 300㎢가량을 태웠다. 1400여 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돼 아직도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지난 17일 폭염 경보를 내린 스페인에서는 최고 기온이 45.7도에 달했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에서 폭염에 의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1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폭염 기세는 섬나라 영국에까지 뻗쳤다. 19일 런던지역에서 40.2도를 찍으며 영국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면 영국 여름 기온이 공식 관측이 시작된 1659년 이래 36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페넬로프 엔더스비 영국 기상청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주 안에 기온이 43도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기상청은 런던 일부 지역에 적색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기록적인 폭염은 유럽의 물류망을 혼돈에 빠뜨렸다. 영국 런던의 루턴공항 등에서는 이상 고온에 활주로가 녹아 부풀어 오르면서 비행이 중단됐다. 영국 철도시설공단 대변인은 “선로에서 폭염에 따른 뒤틀림이 보고돼 영국 철도의 3분의 1가량이 열차 운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폭염으로 물줄기가 말라버리면서 중부유럽 해운의 주요 루트인 독일 라인강의 수위는 위험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기후변화 대응 목소리 커져
유럽에서는 17~19일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이 열리고 있다. 독일 주도로 기후변화 의제를 다루는 장관급 연례회담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준비하기 위한 자리기도 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비롯해 세계 40여 개국 기후변화 관련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8일 회담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직면했는데도 공동체로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동대응 또는 집단자살 둘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에너지 위기를 빌미로 화석연료를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 잇따르는 폭염, 가뭄 등은 우리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아래로 제한해야 한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당위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크리스 피터스 유럽투자은행(EIB) 부총재는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는 고속도로 건설 투자를 대폭 삭감하고 친환경 운송 인프라 프로젝트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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