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코리아는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 코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공이 떨어질 만한 곳마다 해저드와 벙커를 파놓은 데다 그린도 마구 구겨놓은 탓이다. 그래서 이곳을 경험한 아마추어들은 “다른 골프장보다 10~20타 더 나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홀은 18번홀(파5)이다. 어느 홀 하나 만만치 않은 17개 홀을 돌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골퍼들을 맞이한다. 새파란 잔디와 찰랑찰랑한 워터해저드가 만들어낸 경관은 더할 나위 없이 멋있지만, 스코어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게 하는 홀이다. 이 홀에서 파를 하려면 멀리, 정확하게 쳐야 한다. 블랙 티에서 홀까지 545야드에 이르는 데다 큼지막한 워터해저드가 페어웨이를 감싸고 있어서다. 강한 서해 바람도 읽어야 한다.
2010년 문을 연 잭니클라우스GC는 ‘골프 레전드’ 잭 니클라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내어준 세계 30여 개 골프장 중 하나다. 아시아에선 이곳과 니클라우스베이징클럽 등 딱 두 곳뿐이다. 니클라우스는 골프장 위치 선정부터 설계·시공·보완 등 모든 단계에 자신의 철학을 녹여낸 곳에만 자신의 이름을 허락한다. 가평베네스트, 세이지우드 등 그가 설계한 골프장은 국내에도 많지만, 이곳처럼 직접 하나하나 챙기진 않았다는 얘기다.
이 덕분에 굵직한 대회들을 열었다. 라이더컵과 함께 ‘세계 골프팬들의 축제’로 불리는 프레지던츠컵(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골프대항전)을 열었다. 2015년 대회 때 인터내셔널팀의 배상문 프로가 ‘범프 앤드 런(그린 앞 언덕을 맞혀 공의 속도를 줄인 뒤 홀 주변까지 굴러가게 하는 어프로치 샷)’을 시도했다가 고개를 숙인 곳이 바로 이 골프장의 18번홀이다. 2018년엔 여자 골프 국가 대항전 UL인터내셔널크라운을 개최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도 2017년부터 쭉 이곳에서 열린다. 프로대회에 맞게 코스를 세팅하다 보니 아마추어들이 헤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잔디는 잭니클라우스GC를 ‘명품’으로 만든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중지’로 불리는 조이시아그라스보다 관리비가 두 배 가까이 더 드는 벤트그라스를 코스 전체에 깔았다. 촘촘하면서도 납작 엎드린 잔디 위에 놓인 공을 어설프게 쓸어쳤다간 십중팔구 ‘토핑’이다. 벤트그라스의 위력은 그린 앞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짧았던 아홉 번째 샷이 그린에 못 미치면서다. 하필이면 배상문이 범프 앤드 런을 시도했던 곳과 비슷한 위치였다. 김 사장은 “이곳에선 퍼터로 쳐도 된다”고 조언했다.
쓸어치는 데 익숙하다 보니 웨지로 잘 칠 자신이 없었다. 퍼터로 강하게 쳤지만 오르막 경사를 이겨내지 못했다. 다시 흘러 내려와 발 앞에 멈춘 공을 이번에는 거의 풀 스윙하듯이 쳤다. 그제야 공은 그린 위로 올라갔다. 그린에 올라가 보니 왜 배상문이 그 자리에서 공을 띄울지, 범프 앤드 런을 할지 고민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거북이 등처럼 생긴 그린은 조금만 짧거나 길어도 공을 밖으로 뱉어내는 구조다. 결국 이 홀에서 적어낸 스코어는 ‘더블 파’. ‘뒷문’이 열려 있었다면 12타, 셉튜플 보ㅈ기(+7)였다.
넋이 나간 표정을 짓자 김 사장은 “PGA(미국프로골프)투어 난도이니 다들 어려워한다. 스코어가 나쁘다고 서운해할 필요 없다”며 웃었다. 이달 잭니클라우스GC의 비회원 그린피는 주중 27만원, 주말 36만원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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