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에 자체칩 넣는데 삼성은 갤럭시S '엑시노스' 빼는 이유

입력 2022-07-20 14:30   수정 2022-07-20 14:31


삼성전자의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Exynos)가 다음달 출시 예정인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에 탑재되지 않을 전망이다. 차기 플래그십(최고급 기종)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에도 마찬가지로 엑시노스가 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의 발열·수율(양품 비율) 등 부정 이슈를 털어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 라이벌 애플이 자체 고성능 칩으로 무장하며 상품성을 강화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칩 완성도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존재감 약해지는 엑시노스 어쩌나
20일 업계에 따르면 갤폴드4와 갤플립4에는 엑시노스를 넣지 않고 퀄컴의 최신 AP '스냅드래곤8 플러스(+) 1세대'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냅드래곤 8+ 1세대는 전작인 갤폴드3·갤플립3에 들어간 스냅드래곤 888과 갤럭시S22 시리즈에 채용된 스냅드래곤8 1세대의 후속작이다.

전작에도 엑시노스를 채택하지 않았던 갤폴드·갤플립과 달리, 갤럭시S의 경우 전작인 갤럭시S22 시리즈에는 스냅드래곤과 함께 엑시노스도 탑재했었다. 차기 플래그십 갤럭시S23 시리즈에는 삼성전자의 자체 칩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퀄컴 AP만 사용할 것이란 게 차이점이다.

전자업계 업황 예측이 정확하기로 유명한 정보기술(IT) 전문가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70% 비중이었던 퀄컴이 S23에서는 유일한 공급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퀄컴의 AP는 TSMC의 4나노미터(nm=10억분의1m) 공정으로 제조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삼성전자 4나노 공정으로 만든 '엑시노스 2300'이 스냅드래곤의 차기 제품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갤럭시S23은 이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다. TSMC에서 제조하는 스냅드래곤 신제품은 전작에 비해 성능과 전력 효율에서 분명한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은 미국 IT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구글'과 '안드로이드 어소리티' 등 외신에도 실렸다.

엑시노스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올 초 출시된 '엑시노스 2200'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 4나노 미세공정에서 생산된 엑시노스 2200은 출시 직전까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부문의 퀄컴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지만, 수율과 발열 문제가 불거져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궈밍치 연구원의 관측대로 삼성전자가 갤럭시S23 시리즈에 스냅드래곤을 전량 탑재한다면 이는 2014년 출시된 갤럭시S5 이후 첫 사례가 된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가 단독 적용된 2015년 갤럭시S6를 빼고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엑시노스와 퀄컴 칩을 국가에 따라 병용하는 '투트랙 정책'을 펴왔다.
자체 칩 개발 왜 중요한가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AP는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구동시키면서 여러 시스템 장치·인터페이스를 통제하는 기능을 하나의 칩에 모두 넣은 반도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소비자들 역시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능이 바로 AP 사양. 기업들이 주력 상품에 경쟁적으로 자체 고성능 AP를 탑재하는 이유다.

문제는 최근 들어 엑시노스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엑시노스는 한때 스냅드래곤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AP가 메모리·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하나의 칩에 담기는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바뀌면서 고전하고 있다. 반면 애플의 경우 이미 아이폰을 위한 맞춤형 AP 'A시리즈'를 탑재 중으로 '괴물 칩'이라는 찬사도 받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의 엑시노스 탑재율은 2018년 48%에서 매년 하락해 지난해 28%까지 떨어졌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갤럭시S22의 스냅드래곤 탑재율도 75%에 달했다.


글로벌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AP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4%에 그쳤다. 전년 동기(7%)보다 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대만 미디어텍(33%), 미국 퀄컴(30%)·애플(21%), 중국 유니SOC(11%)에 이은 5위로 두 계단이나 떨어졌다. 삼성전자마저 자사 칩을 외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체 AP 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IT 전문 매체 샘모바일은 지난 7일 "(삼성전자는) 매년 발표하는 고급형 엑시노스 칩셋 발표를 건너뛰고 (칩 개발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며 "2024년 출시하는 새 갤럭시S24용 칩셋을 제작한다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명 IT 팁스터(정보유출가) 아이스유니버스는 "삼성전자가 2025년 갤럭시S25 시리즈에 갤럭시폰 전용 AP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패싱 논란은 자체 AP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해야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 3월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갤럭시S22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과 관련해 "커스터마이징된 (갤럭시) AP 개발을 고민해보겠다"고 언급했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범용성보다 갤럭시에 특화된 AP를 내놓는 태스크포스(TF) 구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칩 개발은 갤럭시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
다만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23 모든 제품에 스냅드래곤이 탑재된다면 이는 엑시노스의 몰락보다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올 초 갤럭시S22 시리즈 출시 초기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제품 출고가 지연되고, GOS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전체적 공급망을 점검하는 등 숨 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엑시노스가 갤럭시 맞춤형 제품으로 발돋움하면서 공급량을 늘리는 동시에 범용 제품을 병행할 경우 AP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단 갤럭시 전용 AP가 개발된다고 해도 엑시노스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갈지는 확실치 않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S23의 엑시노스 미탑재 소식은 루머에 불과하다"며 "현 상황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라인업은 사실상 삼성전자 독주 체제여서 아직까지 큰 위기감이 없지만 갤럭시S23에 스냅드래곤 차기작을 채택할 경우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며 "퀄컴 또는 (퀄컴 칩을 만드는) TSMC가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 문제가 불거지기라도 하면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반도체 전공 교수는 "애플, 테슬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일제히 칩 독립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제일 많이 판매하는 삼성전자가 자체 칩 개발에 대한 각성이 없었다는 건 문제"라면서 "자체 칩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갤럭시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짚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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