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은행의 거액외환 이상거래 흐름이 심상치않다. 금융감독원은 검사 기간을 연장한데다 거래액 일부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와 관련됐음을 확인했다. 대규모 자금이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를 통해 자금세탁의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감원은 검찰과의 정보 공유를 강화 중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우리은행, 신한은행에서 연이어 발생한 대규모 외환거래에 대한 수시검사에서 거래액 일부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와 관련됐음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외환 이상거래 규모만 우리은행 8000억원대, 신한은행은 1조원대에 이른다. 당초 2주로 예정됐던 금감원의 검사 기간은 한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불법 외환 거래가 의심되는 계좌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으며, 직원의 자금세탁 방지법 및 외환 거래법 위반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두 은행이 환치기 세력의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되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치기는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통화로 돈을 바꾸는 행위를 뜻한다. 정식으로 외환거래를 하면 환전 수수료를 내고, 자금의 출처를 밝혀야 하지만 환치기를 하면 수수료도 안 내고 자금 출처도 숨길 수 있다.
일부 자금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한국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한 환치기에 악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구입한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더 비싼 값에 판 뒤, 환치기 세력들이 거래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했다는 시나리오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외환 이상 거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력한 제재를 받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말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하나은행에 대해 과징금 5000만원, 업무정지 4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외국계 은행을 업무 정지한 사례는 있지만 국내 은행에 대한 업무 정지 부과는 처음이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의 연이은 횡령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내부 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 산업은 고객의 신뢰가 생명이므로 금융 사고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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