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은 일본이 했지만 대량 생산과 판매로 인한 이득은 한국과 중국이 거둬들이는 농산물 품종이 늘어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농산물 씨앗과 묘목의 해외 유출로 일본이 입는 피해가 연간 1000억엔(약 9493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농산물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기후가 비슷한 한국과 중국에서 같은 품종이 재배되는 실태가 다수 파악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고급 포도 품종인 샤인머스캣은 중국에서만 매년 100억엔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딸기와 앵두, 고구마 등을 포함한 전체 손실 규모는 1000억엔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중국의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일본의 30배인 5만3000헥타르(ha)에 달한다. 작년 8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인머스캣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으로 부상하면서 수출규모가 일본의 5배까지 커졌다"고 보도했다.
샤인머스켓은 일본의 국립 농업 연구개발법인인 '농연기구'가 30여년에 걸쳐 품종을 개발한 뒤 2006년 일본에 품종등록한 포도 품종이다. 당도가 일반 캠벨 포도보다 4~5도 높은 18브릭스(brix) 안팎으로 일반 포도보다 값이 3~4배 비싸다.
농연기구는 샤인머스캣을 개발한 뒤 자국내 판매만 고려하고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아 한국에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았다. 품종 등록은 자국에서 등록한지 6년이 지나면 해외에서도 등록할 수가 없다. 덕분에 한국 농업인들은 일본에 로열티를 내지 않고 샤인머스캣을 기를 수 있다.
지금은 한국산 샤인머스캣이 중국 베트남 홍콩 미국 뉴질랜드 등 19국에 수출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016년에야 샤인머스캣의 해외유출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농림수산성은 이밖에 한국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 고급 딸기 품종인 베니홋페(紅ほっぺ) 등 일본이 개발한 농산물 품종 36종이 판매되는 것을 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작년 4월 종묘법을 개정해 자국산 농산물 신품종의 해외 반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샤인머스캣은 법이 개정되기 전에 중국으로 유출되는 등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출 방지 관리를 대부분 품종 개발자에게 맡기는 실태도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내년 중 품종 개발자의 권리를 관리·보호하는 개발자권한관리기관의 창설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인력과 예산 부족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분석이다. 스즈키 노부히로 도쿄대대학원 교수는 "일본산 농산물의 무단재배를 막으려면 각국에 품종을 등록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등록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