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프로] "이번엔 다를까"…1년 반 만에 제대로 반등한 셀트리온

입력 2022-07-25 10:07   수정 2022-08-22 16:33



공격적인 주식 투자자라면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섹터가 제약·바이오인데, 참 오래도 쉬었습니다. 코로나 수혜 기대에 튀어 올랐다가 작년 초부터 거의 1년 반동안 반등다운 반등 한번 못 보여줬죠.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런 흥망성쇠를 가장 잘 보여주는 종목이 셀트리온일 겁니다.
전 고점 뚫고 상승 흐름 타는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기대감이 고조된 2020년 12월7일 장중 40만원을 찍었지만, 작년 2월5일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의 조건부허가를 받아내기 직전부터 기나긴 내리막에 진입합니다. 물론 호재성 소식이 전해지면 단기적인 반등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어김없이 직전의 저점을 깨고 내려가는 모습이 올해 5월19일(14만1000원)까지 반복됐어요. 하지만 이번 반등은 직전의 고점을 뚫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주가가 다시 꺾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실제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13일 종가 19만원을 고점으로 조정을 받아 17만9500원으로 지난 22일 거래를 마쳤습니다. 조정은 7거래일동안 약 520억원 어치 셀트리온 주식을 순매도한 기관이 주도했죠.

조정 전에는 외국인과 함께 기관도 이번 셀트리온 주가 반등을 이끌었습니다. 두 매수 주체는 이달 들어 셀트리온 주식을 각각 601억원 어치와 73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520억원 어치를 팔았는데도, 아직 순매수 상태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한 달 동안도 1904억원 어치와 969억원 어치를 샀고요. 기관은 최근 일부 물량을 팔아 차익실현에 나서긴 했지만, 여전히 계좌에 담긴 셀트리온 주식이 상당할 겁니다.

기관과 외국인은 5월25일부터 대규모로 셀트리온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직전 거래일인 5월24일 셀트리온이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1601억원 어치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한 게 매집의 계기로 보입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까요.

이전까지 셀트리온 주가는 렉키로나 개발에 따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주가 측면에서는 렉키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한 피로감과 사업 측면에서는 렉키로나 개발에 회사의 자원을 투입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업 쪽에서 생긴 차질을 말합니다.



우선 주가 측면의 후유증은 대부분 신약 개발 회사들도 겪는 일입니다. 신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지만, 정작 신약 개발에 성공한 뒤 주식시장은 ‘그 신약으로 얼마나 벌 수 있나’를 계산합니다. 그럼 그 전의 주가가 터무니없이 비쌌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힘이 실리죠.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세가 길어진 것은 렉키로나 개발에 매진한 점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까지 악영향을 줬기 때문입니다. 허가 전 렉키로나에 대한 임상시험에 쓸 시약을 생산하면서 정작 돈 받고 팔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할 설비가 부족해지면서 위탁생산(CMO)을 맡기게 됩니다. 또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에까지 뛰어들면서 막대한 물류비 지출까지 떠안은 점이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켰죠.

결국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분야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승인받은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을 중단한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하면서죠. 회사 측은 “국제적인 코로나19 환경 변화와 개발 타당성 및 투자 대비 사업성에 대한 판단 하에 해당 임상시험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 연매출 2조원 예상돼
셀트리온의 주가가 다시 꺾이지 않고 뻗어나가려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주름잡았던 과거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시장에 확인시켜줘야 할 겁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시장 ‘퍼스트 무버’의 모습 말입니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램시마SC 매출 고성장 본격화를 필두로 북미 트룩시마(트라스트주맙) 매출 회복을 비롯해 주요 바이오시밀러들의 견조한 매출 성장이 더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바이오업계는 램시마SC를 바이오시밀러 대신 ‘바이오베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리지널약인 얀센의 레미케이드보다 좋다는 말이죠. 레미케이드가 정맥주사 제형으로만 출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맥주사는 환자가 병원에 누워 길게는 수 시간에 걸쳐 투약해야 하지만, 피하주사는 집에서 스스로 투약할 수 있습니다. 편의성 측면에서 유리하죠.



셀트리온은 램시마SC 이전에 램시마 정맥주사 제형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제형을 모두 판매하는 데 따른 이점은 생각보다 큽니다. 환자가 처음 인플릭시맙을 투약할 때는 의사를 직접 보고 질환이나 의약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정맥주사 제형을 맞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피하주사 제형의 의약품을 여러 개 처방받아 병원에 오지 않고 집에서 투약하면 되니까요.

실제 램시마와 램시마SC는 올해 1분기 독일 인플릭시맙 시장에서 42%의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램시마SC를 처음 출시한 2020년에는 점유율이 15%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31%로 확대된 데 이어 성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초 유럽에서 시판승인을 받은 유플라이마(아달리무맙)도 기대주입니다. 이 약물의 오리지널은 애브비가 개발한 휴미라로, 특허가 풀린 작년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의약품이었습니다. 유플라이마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고농도 제형으로는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유럽시장에서 출시될 가능성이 큰 항암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베바시주맙·오리지널 아바스틴)도 실적 성장에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이미 셀트리온은 지난달 28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베그젤마를 포함한 1756억원 어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공급한다고 공시한 바 있습니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셀트리온의 베그젤마 매출이 10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셀트리온의 올해 연간 매출액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2조2119억원입니다. 전망대로 실적이 나오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선 사례가 됩니다.
임상 3상 단계 후보만 5개…‘퍼스트무버’ 지위 이어갈까
실적 성장이 계속되려면 기존 바이오시밀러를 더 많이 파는 것도 못지않게 새로운 바이오시밀러를 계속 내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셀트리온은 매년 1개 이상의 바이오시밀러 신제품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당분간은 이를 지켜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임상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바이오시밀러 후보만 해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과 악템라(토실리주맙), 안구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 천식·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오말리주맙),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데노수맙) 등 5개이기 때문입니다.

이중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후보 CT-P39는 내년 초 임상 3상이 완료될 예정으로, 경쟁자 중 가장 진도가 빠릅니다. 임상 3상이 완료되면 허가 당국의 시판 승인을 받아 출시됩니다. 셀트리온은 올해 4월 베그젤마에 대한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지 두달여 만인 지난달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승인권고를 받아낸 바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임상 3상에 들어간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후보 CT-P47은 램시마처럼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두 가지 제형으로 개발됩니다. 약물 투약을 지속해야 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특성을 고려한 겁니다.

이나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외형 성장을 더해갈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흡입형 치료제 임상 중단을 발표해 사업성에 따른 파이프라인의 선별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책적인 약가 인하 가능성은 리스크
그럼 셀트리온의 앞날은 장밋빛이기만 한 걸까요. 지금이야 희망적인 일들만 부각되고 있지만, 얼마 전 주가 내리막의 끝이 언제인지 모를 시절에는 안 좋은 말만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 심화입니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셀트리온과 같은 선발주자들도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논리였습니다. 실제 셀트리온도 유럽에서 점유율 방어를 위해 램시마 등의 가격을 인하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자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는 “생각보다 경쟁자가 많지도 않다”라며 “미국 기준으로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는 3개, 휴미라(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는 6개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시장 내에서의 경쟁 격화보다는 정책적인 약가 인하 가능성이 리스크로 꼽혔습니다. 위 연구원은 “정책적인 약가 인하 가능성은 투자자들이 미리 알 수 있는 이슈는 아니다”라며 갑작스런 정치적인 이슈로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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