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허준이 교수(한국계 최초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도록 '한 우물 파기' 연구 사업을 내년 신설하겠습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이 장관은 "허 교수의 수상은 정말 굉장한 일"이라며 "수학은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금융, 사이버 보안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과학 한 분야에서 꾸준히 오래 지식을 쌓아 제2의 허준이가 나올 수 있게 '한 우물 파기' 사업을 내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을 접목하는 독창적 기법을 개발해 노벨상에 필적하는 권위를 가진 필즈상을 지난 5일 수상했다. 1968년부터 제기돼 온 리드 추측, 로타 추측 등 11개 수학계 난제를 해결했다. 반도체 설계, 정보통신, 인공지능(AI)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되는 기초연구 성과다. 현재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중인 허 교수는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초중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공부하며 기초를 닦았다.
이 장관은 지난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양자컴퓨터 기술 등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했다"고 이날 전했다. 양자컴퓨터는 디지털 비트(0 또는 1)가 아닌 큐비트(0이면서 1)로 작동하는 미래 컴퓨터다. 제약·바이오, 교통·물류, 우주항공, AI, 통신 등 여러 산업 분야의 '게임 체인저' 기술로 각국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장관은 "양자컴퓨터의 동작 원리인 막스 보른(의 양자역학)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설명하니 대통령이 이미 알고 있더라"며 "호기심이 많고 공부를 많이 한 분이라 많은 질답이 오갔다"고 했다.
막스 보른은 파동함수의 절대값 제곱이 확률밀도함수가 된다는 것을 발견해 양자역학의 토대를 세운 공로로 195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없는 양자 상태를 기술하는 이론으로, 역시 양자컴퓨터 개발의 기반이 된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이 장관에게 "우주 경제 시대의 구체적 실천 계획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 R&D는 민간이 할 수 없고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원천기술에 집중하고, 최고의 인재 양성체제를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 양자컴퓨터가 '민간이 감당하기 힘든' 대표적 과학기술 가운데 하나다.
SK텔레콤을 필두로 통신3사가 도입 예정인 중간요금제에 대해 이날 이 장관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을 텐데 결정에 감사를 드린다"며 "절차와 규정대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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