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 분당서울대병원이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2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30대가 131명(48.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25.8%), 20대(17.0%) 순이었다.
조직 규모는 10~29인 사업체가 87곳(32.1%)으로 가장 가장 많았다. 2~5인은 29.5%, 6~9인은 25.1%였다. 전체 조사 대상 중 남성은 83.8%, 여성은 16.2%였다. 국내 의료기관이 창업자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문제와 원인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업자들은 일반 성인보다 스트레스나 우울감 등에 취약했다. 중간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는 사람은 88명(32.5%)이었다. 전국 성인 평균치인 18.1%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높다. 창업자 중 경미한 우울을 겪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67.9%에 달했다. 불안을 겪는 비율도 55명(20.3%)으로 전국 성인 평균치인 12.2%를 크게 웃돌았다.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자금 압박 및 투자 유치’가 꼽혔다. 응답자의 44.6%가 이를 가장 큰 심적 부담으로 지적했다. ‘조직관리 및 인간관계’라는 응답이 20.3%로 뒤를 이었다. ‘실적 부진 및 성과 미흡’을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은 응답도 19.6%였다. 특히 창업하고 5년을 넘긴 창업자들에게 우울과 불안이 가중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창업자도 많았다. 응답자의 60.9%가 “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일반 성인(34%)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역기능적 대처’로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경우도 일반 성인보다 많았다. 역기능적 대처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스트레스 원인과 관계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과도한 음주 등 부가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창업자가 정신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내재적 동기 고취가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내재적 동기는 ‘사업을 통한 자아실현 및 성장’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 ‘본인 능력에 대한 자부심’ 등이 꼽혔다. 금전적 보상이나 타인의 인정 등 외재적 동기는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낮았다.
병원을 찾지 않는 창업자는 254명에 달했다. ‘도움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46.9%), ‘치료 시간을 내기 어렵다’(39.8%)는 이유에서다. ‘나약한 사람으로 비칠까 염려된다’는 응답도 10.2%였다.
연구 책임자인 김정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고위 임원들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 관리·경영을 맡다 보니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는 “창업자의 심리상태가 조직 전체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언제든 전문가 도움을 요청하도록 심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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