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첫 전투기 생산에 나선 것은 1980년이다. 미국 F-5E/F 전투기를 미국의 면허를 받아 생산했는데, KF-5(제공호)로 불렸다. 작전 반경이 짧고 전자장비가 부족하지만, 긴급 출격 능력이 뛰어나 북한 전투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이 역시 우리 자체 기술이 아니라 미국산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아 순수 국산 전투기라고 보기 어렵다.
국내 제작 두 번째 전투기는 KF-16이다. 1991년 차세대 전투기 사업(KFP)을 통해 제작한 이 전투기 120여 대는 미국 보잉사로부터 들여온 F-15K와 함께 현재 우리 영공 수호의 주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소극적인 자세로 독자적 설계와 부품 제작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자체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 결과가 초음속 T-50 고등훈련기다. 2005년 처음 생산한 뒤 지상공격 능력을 갖춘 FA-50 경공격기로까지 진화했다. T-50과 FA-50을 합해 지금까지 70여 대, 30억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그다음 목표가 독자 제작 전투기였다. 비록 미국의 면허를 얻어 전투기를 만들었지만, 그간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여 년간 노력의 산물이 그제 시험 비행에 성공한 KF-21(보라매)이다. 설계에서 제작까지 초음속(최고속도 마하 1.81) 전투기의 원천기술을 세계 8번째로 자체 확보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초음속 전투기는 수많은 부품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통합해야 해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불린다.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로 자체 개발한 ‘전투기의 눈’ 능동전자주사레이더(AESA),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전 장비(EW Suite) 등 85개 핵심 기술에서 국산화를 완료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2026년 개발이 끝나면 10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73조원의 생산 유발·기술 파급 효과 등이 예상된다. 300~600대 수출도 점쳐진다. 남은 기간 각종 성능 테스트와 시험 비행 등을 무사히 마치고 KF-21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더 튼튼히 하고 방위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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