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또 “추가 금리 인상은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ECB 통화정책회의 내부에서도 ‘점진적’이라는 말이 반드시 ‘천천히’라는 뜻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0.25%포인트 인상하면 현재 연 -0.50%인 수신금리가 연 -0.25%로 인상되는 데 그쳐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ECB가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인상폭을 0.5%포인트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달 유럽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에 비해 8.6% 폭등하자 통화정책회의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는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올렸다. 오는 27일에도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 미국과의 금리차를 축소시키기 위해서는 ECB도 금리 인상폭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ECB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보다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를 직접적으로 떠안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식량, 에너지 등 생활필수품 가격 폭등세는 정치적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을 상대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의 마리아 데메르치스 부소장은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ECB는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면서도 “에너지 위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연일 급등하고 있어 유로존 부채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ECB는 2011년 7월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했지만 유럽 내 부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같은 해 11월 다시 금리를 내렸다. ECB는 남유럽 국가들의 채권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새로운 채권 매입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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