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세제 개편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지난 18일 이뤄진 당정협의에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세 감세안이 논의됐기 때문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당정협의 직후 브리핑에서 “법인세 과세 체계 개편 과정에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에 세제 체계를 개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21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법인세율 인하가 자본의 사용자 비용 인하를 통해 투자 확대를 견인한다는 것은 실증분석으로 뒷받침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1991~2016년에 걸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높을수록 경제의 총요소 생산성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입장은 지난 정부에서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지지한 것과 상반된다. 문재인 정부는 열 번의 추경을 통해 총 151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17조1000억원), 이명박 정부(33조원), 박근혜 정부(39조9000억원) 추경 규모를 합산한 것의 1.7배에 달한다. 특히 이 중 두 차례는 2020년 4월 총선과 올해 3월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져 선거 개입 논란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627조4000억원이던 국가채무 규모는 지난해 말 939조1000억원까지 늘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이 올해 2월 “이 땅의 국민들은 가계빚보다 국가부채를 걱정한다”고 밝히는 등 민주당 주요 정치인은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강조해왔다.
민주당은 부자감세 프레임을 적용한 만큼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법인세 감세 반대 입장을 좀처럼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론의 반대가 높았음에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였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대신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개편에는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세율을 낮추더라도 기업 투자와 활동이 늘면 일자리도 덩달아 증가하고 오히려 세수는 늘어날 수 있다”며 “각종 세금 감면에도 세수가 늘었던 박근혜 정부 사례에는 눈을 감고, 경제위기로 낙수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명박 정부의 사례만 언급하며 민주당이 법인세 감면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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