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할 듯 말 듯' 벌써 세 번째…간만보는 현대오일뱅크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07-21 10:51   수정 2022-07-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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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는 눈곱만큼도 생각 안 하는구나. 기업은 신뢰가 생명인데, 이번엔 어림도 없는 이유로 상장 철회한 만큼 앞으로 상장은 불가능."

21일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하자 이 회사의 모회사인 HD현대 주주들이 들끓었다. 오일뱅크는 2011년부터 상장을 타진한 이후 이번까지 세 차례나 철회했다. 여러번 상장을 접자 오일뱅크를 '간오뱅(간보는 현대오일뱅크)'이라고 부르는 투자은행(IB) 관계자도 있다.

상장을 백지화한 것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절박한 상황과도 맞물린다. 주력인 조선업계 시황이 들쭉날쭉한 상황에서 마지막 '현금 보루'인 만큼 상장 적기를 고르려는 경영진의 고심이 반영된 결과다.
2011년부터 타진한 IPO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공개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만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현 시장 상황에서 더는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0조6066억원, 영업이익 1조142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7조2426억원, 영업이익 7045억원의 좋은 실적 올렸다.

하지만 증시에 찬바람이 불면서 기업평가를 좋게 받을지 미지수라는 인식이 회사에 감돌았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유동성을 빨아들이면서 증시 등 자산시장이 휘청인 결과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1년 새 30% 가까이 빠졌다.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 올해 기업공개를 타진한 'IPO 대어(大漁)'들이 줄줄이 상장을 접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이사회를 열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그룹 마지막 '현금 곳간'
상장을 접은 것은 이번까지 총 3번이다. 이 회사가 상장을 본격 타진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오일뱅크는 2011년 9월에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2년에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이어 2019년에 재차 추진하던 IPO를 접었다.

2012년에는 정유업계의 이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하락한 데다 다른 정유업계 주가가 지지부진해진 결과다. 2019년에는 사우디 국영석유업체인 아람코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IPO를 서두를 이유가 없어졌다. 당시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는 오일뱅크 지분 17%를 아람코에 매각해 1조3749억원을 조달했다. 올해의 경우는 오일뱅크 실적이 좋은 편이라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증시가 휘청이자 IPO를 중단한다.

완벽한 시점에 상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현대중공업 그룹 경영진을 지배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오일뱅크가 마지막 '현금 곳간'인 탓도 있다. 이 회사의 주력인 조선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38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2921억원의 영업적자(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들쭉날쭉한 조선업황의 충격을 메우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탓에 오일뱅크 상장이 지지부진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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