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모이자"…'분할'하기 바빴던 국내기업들 '합병' 나서는 배경은

입력 2022-07-22 17:32  

이 기사는 07월 22일 17: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중복·연관 사업을 한데 모으는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체질을 개편하려는 기조가 반영됐다. 코로나19 직후 지난해까지 기업들이 유망사업을 속속 분할해왔다면, 최근 들어 이를 하나로 합치는 정반대의 경영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한화·KT·롯데·SK "연관사업 합치자"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부문으로 나눠있는 방산사업을 한데 모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하고, ㈜한화에서 물적분할한 방산사업부문까지 추가 합병하는 구조다.

이외에도 한화그룹은 ㈜한화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계 전체로 넓혀보면 지난해 말 SK㈜가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를 합병한 거래를 시작으로 롯데제과·푸드의 빙과사업부문 합병,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 합병, 오뚜기의 오뚜기라면지주·오뚜기물류서비스 합병, KT의 미디어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 간 합병 등 굵직한 합병 거래들이 단행되거나 추진 중이다.

최근까지 시장에선 그룹의 지주사 전환이나 대주주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한 합병을 제외하고 전략적 목적의 합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유망한 사업을 분할해 외부에서 투자받고 이를 상장하는 정반대 방식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마켓인사이트가 집계한 기업들의 분할·합병·합작사(JV) 설립 건수는 114건(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지만, 이 중 합병은 15건에 그쳤다.
경영환경 악화 속 체력다지기·인큐베이팅도
이같은 분위기가 바뀐 배경엔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 깔려있다. 산업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제각각 다른 각 계열사를 합병을 통해 한 법인으로 둘 경우 전체 실적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유휴 인력을 다른 프로젝트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경영 효율화도 꾀할 수 있다. 각 사의 현금 등 자원을 한 데 모아 신규투자와 추가적인 M&A에 집중할 수 있는 전략도 펼 수 있다.

한화그룹의 방산부문 통합이 대표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사업은 항공기엔진의 생산 및 납품이다. 산업 특성 상 초기 투자금과 연구개발(R&D)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품사가 감수해야하지만, 이익실현까지는 길게는 10여년까지 시차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인공위성 제조기업인 세트릭아이에 투자하는 등 미래먹거리인 항공우주분야에도 자원을 투입해야했지만 말라가는 현금고가 걱정이었다. 반면 장갑차·자주포의 생산이 주력인 한화디펜스는 안정적 현금을 창출해왔지만 미래사업 확장이 고민이었다. 이를 합쳐 서로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경기변동성에 민감한 상사업에서 탈피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걸음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민간발전사인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을 통해 점유율과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이를 통해 경쟁 우위에 서는 전통적 의미의 '규모의 경제' 효과도 꾀할 수 있다. KT는 OTT사업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해 CJ그룹의 티빙과 합병을 택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및 SKT의 웨이브 등 국내외 경쟁사들의 진입 속에서 합병을 통해 활로를 찾기로 했다. 직후엔 그룹 내 미디어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를 한데 모으는 절차를 밟고 있다. 롯데그룹도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로 나뉘어있던 빙과사업을 합쳐 시장점유율 44%의 대형 빙과사업체로 재탄생시켰다. 점유율 선두였던 빙그레(점유율 40%)를 넘어 국내 1위 사업자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유망사업을 인큐베이팅하거나 부진했던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합병을 택한 사례도 보인다. 금리상승과 공모시장의 부진으로 사업부를 분할해 사모펀드(PEF) 등 외부에서 뭉칫돈을 끌어오는 기조는 점차 막을 내렸다. 그 대안으로 합병을 통해 각 사가 보유한 현금 등 재원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기조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SK㈜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 첨단소재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아 SK머티리얼즈의 합병을 단행했다. 합병 이전까진 SK㈜-SK머티리얼즈-각 사업자회사로 이어진 지배구조상 현금이 넉넉한 SK㈜의 직접 지원에 한계가 있었지만, 합병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이를 해결했다. ㈜한화로의 합병이 추진 중인 한화건설도 자체 신용등급(A-)으론 채권발행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합병할 경우 합병법인인 ㈜한화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보다 재원확보가 수월해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한 전략컨설팅업계 관계자는 "과거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경기하강 초입시기 중복 사업부를 합쳐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이런 사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대외변수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각 그룹들이 경영전략상 합병을 택하는 사례가 앞으로도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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