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지지 기반을 잃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21일 재차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상원에 출석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표했다. 그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찾아가 사임서를 제출했고 마타렐라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전날 상원 표결에 부쳐진 드라기 내각 신임안은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통과됐다. 전체 의석의 과반인 192명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133명이 투표했다. 하지만 드라기 내각을 구성한 주요 정당이 표결에 대거 불참해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이번 정국 위기의 불씨를 제공한 범(汎)좌파 오성운동은 물론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와 극우당인 동맹까지 보이콧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사임을 수용함에 따라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 총선이 예정된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 내각을 운영할지, 혹은 의회를 해산하고 가을 조기 총선을 치를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로선 드라기 총리를 대체할 인물이 없어 9월 말이나 10월 초 조기 총선을 시행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앞서 드라기 총리는 원내 최대 정당이자 연정의 중심축인 오성운동이 지난 14일 내각 신임안과 연계된 상원의 민생지원법안 표결에 불참하자 전격 사임서를 냈다. 에너지 위기와 물가 상승,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민생 안정 대책을 포함한 사회·경제 정책을 두고 오성운동 당수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와의 갈등이 누적된 게 발단이 됐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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